문학

걸리버 여행기 by 조너선 스위프트

지적허영 2023.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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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1667~1745) 는 앤 여왕 Anne(1665~1702~1714)이 사망한 해에 고향 아일랜드 더블린의 성공회 사제로 돌아와 1721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친구에게 쓴 편지를 보면, 이것은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다. 이 작품 속의 풍자와 신랄한 비판은 분명 당시 사람들이 용인해 줄 수 있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세상이 이 작품을 받아들일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기를 바라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인쇄업자가 감옥에 갇히는 것을 각오할 용기를 갖게 되면 출판해 볼 생각이라 네.”(1725년 9월 29일)

 

이제부터 총 16년 7개월 동안 펼쳐진 주인공 레 뮤얼 걸리버 Lemuel Gulliver의 여행기를 살펴보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아래에 있는 수마트라섬 남서쪽에는 키가 15cm도 안 되는 작은 사람들의 나라 [소인국] 릴리퍼트[릴리푸트] Lilliput와 라이벌 국가 블레훠스크 Blefuscu가 있는데, 이곳에서 고위 관리로 임명되는 방법은 이렇다. “줄타기 놀이는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국왕의 신임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연습하는데 (…) 사망이나 파면으로 공석이 생 겼을 경우 (…) 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가장 높이 뛰어오르는 사람이 그 자리를 얻게 된다.”

 

“국가의 최고 회의에 참석하는 상원의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거나 변호한 후에 정반대 방향으로 투표를 하도록 만들자는 제안이 시행되면, 반드시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국회가 움직일 것이다.”

도둑질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사기는 언제나 사형”이다.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전체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무원 선출 시 뛰어난 능력보다 성실함, 공평함, 절제 등의 덕성을 갖춘 사람을 선호한다. “학교는 신분과 성별의 종류대로 나뉘어 있다.” 귀족 자제들은 15세까지 공부하고, 그 밑으론 향후 하게 될 일에 따 라 11세, 7세까지만 교육을 받으며, 농부나 노동자의 아이들은 학교에조차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며 일을 가르친다.

 

아메리카 북서쪽에 있는 큰 사람들의 나라[거인국] 브롭딩내그 Brobdingnag. 우리가 작은 생명체들에게 무심코 하던 (잔인한) 행동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작은 존재의 관점에서 볼 때 확대된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다르게 보일지도 묘사한다.

 

“나는 작고 불쾌한 동물들을 죽일 때 우리가 하는 것처럼, 어느 순간에 그가 나를 땅바닥에 팽개쳐 버리지나 않을까 몹시 걱정되었다.”

“이제까지 유모의 젖가슴보다 더 구역질 나는 물체를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가슴에서 1.8m 정도 솟아오른 것이었고 둘레는 5m나 되었다. (…) 영국 귀부인들의 살결이 우리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귀부인들의 크기가 우리와 같아서 추한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걸리버를 발견한 농부의 아홉 살짜리 딸을 걸리버는 글룸달클리치[‘꼬마 유 모’라는 뜻] Glumdalclitch라고 부르고, 소녀는 걸리버를 그릴드릭[‘난쟁이’라는 뜻] Grildrig이라고 부른다. 브롭딩내그 왕과의 대화를 통해 영국의 정치 제도를 다섯 페이지에 걸쳐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대목이 압권이다. 영국은 칭찬하고 브롭딩내그 왕은 비난하는 듯하지만, 그것은 반어법일 뿐이다. “통치에 관한 브롭딩내그 왕의 지식은 한계 속에 머물러 있었다. 즉 상식과 이성, 정의와 관용, 민사 및 형사재판의 신속한 결정, 그 외에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곡식 한 줄기가 자라던 곳에 두 줄기를 자랄 수 있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정치하는 사람들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욱 사람들을 위하고 조국에 봉사한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왕이 머무는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 Laputa와 태평양에서 240km 거리에 있고 라퓨타의 왕이 다스리는 국가 발니바르비 Balnibarbi. 라퓨타 섬은 지름이 약 7km 두께는 270m인 원형이고, 거대한 천연 자석을 이용해 조종된다. “국왕이 다스리는 영토에서 이 자석의 한쪽 끝은 미는 힘을 다른 쪽 끝은 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당기는 힘이 있는 자석의 끝부분을 땅으로 향해 똑바로 세우면 섬은 내려가고, 미는 쪽 을 아래로 세우면 섬은 위로 올라간다. (…) 자석을 지평선과 평행한 위치로 두면 섬은 그 자리에 멈춘다. (…) 자석의 힘은 6400m 이상의 높이에는 미치지 못하며, 자석에 영향을 주는 광석은 바닷속에 있는데 (…) 국왕이 다스리는 영토의 경계 안에서 끝난다.”

라퓨타 사람들은 항상 깊은 사색에 잠겨있기 때문에 입과 귀를 하인들이 두드려주지 않으면 듣거나 말할 수 없고, “그들은 언제나 비합리적이었으며 대부분은 점성술을 믿었다.” 작가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꿈꾸게 하는 미래를 혹평하고 예전의 관습을 찬양한다.  수십 년 전 일단(一團)의 사람들이 “5개월간 라퓨타를 둘러보고 돌아와서는 땅 위에서 이제까지 해 오던 일들을 부정하고 예술과 과학, 언어 그리고 기술을 새로운 기반 위에 올려놓을 계획을 세우고 아카데미를 도시마다 설립했다. (…) 하지만 이 모든 계획 가운데 어느 하나도 아직 완성된 것이 없고, 그러는 동안 나라 전체가 아주 비참할 정도로 황폐해졌다. 거칠게 경작된 땅이나, 이상하게 지어져 있거나 허물어져 가는 집들 그리고 얼굴이나 차림새로 보아서 그들처럼 비참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아직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허무맹랑한 연구들을 보면, 오이에서 태양 광선을 추출하는 계획, 인간의 대변을 원래의 음식으로 되돌리는 일, 얼음에 열을 가해 화약 만들기, 지붕부터 시작해 집짓기, 대리석을 부드럽게 해서 베개 만들기, 모든 분야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 내는 기계, 명사만 남긴 채 언어를 없앤 후 대화를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짊어지고 다니게 만드는 일 등입니다. 죽은 자들을 소환할 수 있는 마술사 총독이 다스리는 발니바르비 밑의 작은 섬 글럽덥드립 Glubdubdrib에서 걸리버는 이미 죽은 사람들을 원 없이 불러내 질문한다.

 

. “로마 원로원을 불러내 오늘날의 국회와 비교해 보니, 로마 원로원이 영웅과 반신반인의 모임이라면 오늘날의 국회는 봇짐장수, 소매치기, 강도, 깡패들의 집단처럼 보였다.” “호머와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들의 추종자들에 대해 전혀 모를 뿐만 아니라 (…) 저승의 지하에서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왜곡해서 세상에 전했기 때문에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못 이겨 이들과 가장 멀리 떨어진 방에서 산다고 한다.” “자연을 이해하는 새로운 체계는 한순간의 유행에 지나지 않으며, 시대마다 변하는 것이다. 새로운 체계를 수학적 원리로 증명하려 드는 사람도 결국 짧은 기간만 유행의 정상에 있을 뿐”이라며 뉴턴을 예로 들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반감을 다시 한번 표현한다. “매춘부와 같은 작가들이 엉터리 글을 써서 (…) 전쟁에서 가장 영예로운 공적(功績)은 겁쟁이들의 것으로 만들고, 가장 현명한 조언을 바보들이 했던 것으로 바꾸었으며, 아첨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실을, 조국을 팔아먹은 매국노에게는 진실을 부여했다. 대신들이 부패한 재판관에게 주었던 뇌물 때문에 그리고 한 정당의 악의(惡意) 때문에 결백하고 능력 있는 많은 사람이 사형을 당하거나 추방되었다.”

 

결론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얼마나 인류가 타락했는지 알게 되었다.”이다. 일본에서 남동쪽으로 약 480km 떨어진 곳에 있는 큰 섬 럭내그 Luggnagg의 왕을 알현할 때는 4m를 “배를 땅에 대고 기어가면서 바닥을 핥아야 했다. (…) 정적(政敵)이 방문할 때는 바닥에 오물을 뿌려 두기도 한다. (…) 방문자가 침을 뱉거나 입을 씻는 것은 사형죄에 해당한다. (…) 이 점에 대해서는 유럽의 국왕들도 배웠으면 한다.  이것은 국왕의 명예에 관한 것이 틀림없다.”라며 동양의 풍습을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곳엔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인 스트럴드브럭 Struldbrug이 1000명 정도 있었다. 그들은 우연의 결과로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왼쪽 눈썹 바로 위에 붉고 둥근 점”을 갖고 태어난다. 스트럴드브럭을 언제나 볼 수 있는 럭내그 사람들은 삶에 대한 집착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영원히 살면 좋을 것 같은 그 모든 것은 착각일 뿐이다. 그들을 통해 작가는 지금도 쉽게 찾아내기 힘든 영생(永生)의 단점을 놀랍도록 날카롭게 지적한다. “젊음과 건강 그리고 힘이 언제까지나 남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 문제는 늙음과 함께오는 불편함 속에서 어떻게 영원한 생명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럭내그 사람들의 평균 수명인 (지금과 똑같은) 80세가 넘으면 스트럴드브럭은 “죽지 않음으로 인해 생기는 무서운 절망을 갖게 된다. (…) 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건 젊은이들의 행동과 나이 든 사람의 죽음이다.” “그들은 젊은시절 이나 중년에 배우고 관찰한 것 외에는 잘 기억하지 못하며, 기억한다고 해도 매우 불완전하다.” 그들 역시 “80세가 되면 법적으로 죽은 것으로 간주한다. 그들의 상속자는 즉시 스트럴드브럭의 재산을 상속받고, 그들의 생계를 위해 (지금의 국민연금 같은) 적은 수입만이 남겨지게 된다. (…) 그들은 어떤 경제 행위도 할 수 없고, 민사나 형사재판의 증인이 될 수도 없다. (…) 90세가 되면 치아와 머리털이 모두 빠진다. 음식 맛이나 식욕도 없어진다. 항상 병을 앓고 있지만 악화하거나 호전되지 않는다. 사물의 명칭이나 사람의 이름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책을 읽는 즐거움도 가질 수 없다. (…) 언어는 항상 변하기 때문에 한 세대의 스트럴드브럭은 다른 세대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 자신의 나라에서 마치 외국인과 같은 불 편을 겪게 되는 것이다.” 

 

뉴홀랜드[호주] 서남쪽에 있는 말들의 나라 휴이넘[휘늠] Houyhnhnm[‘자연의 완전한 창조물’이라는 뜻]. 이곳엔 옷과 문자와 책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 “휴이넘의 지식은 모두 구전(口傳)되어 내려온 것” 이다. (여기에서 지식인들에 대한 작가의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언어에는 권력, 정부, 전쟁, 법률, 처벌, 거짓말 등을 설명할 용어가 없다.” 그들은 병에 걸리지 않고, “죽기 몇 주일 전에 몸이 점차 쇠약해지지만, 고통은 없다.” 그들은 죽는 것을 ‘쉬누흔 shnuwnh했다.’라고 표현하는데 최초의 어머니에게로 귀의(歸依)‘한다는 뜻이다. “우정과 사랑은 휴이넘에 있어 두 개의 근원적이며 보편적인 미덕이다. (…) 그들은 언제나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고 있지만, 의례(儀禮)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자식을 맹목적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자식의 교육도 이성의 명령에 의해 이루어진다. 나는 주인이 그의 자식에게 품은 것과 같은 애정을 이웃 의 자식에게도 똑같이 쏟는 것을 보았다. (…) 휴이넘은 암놈과 수놈 각각 하나씩 둘만 낳는다. 자식을 낳은 다음에는 절대로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 (…) 휴이넘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 다.” 이곳에는 나무뿌리와 죽거나 썩은 고기를 먹으며 말들에게 사육당하는 퇴화한 인류(人類) (그리고 검색 사이트의 이름으로도 유명한) 야후 Yahoo가 있습니다. “최초의 두 야후는 동료들에게 버림을 받아 바다를 건너와 산속에서 생활하는 동안 점차 퇴화했다.” “야후는 이 나라에서 가장 교활하고 악독한 성질을 지니고 있지만, 학습 능력은 없기에 모든 짐승 가운데 가장 길들이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 그들은 간사하며 성품이 악하다. 배반을 잘하고 복수심도 강하다. (…) 매우 건방지고 야비하며 잔인하다.” “하인 의 어리석음, 자식의 게으름, 악천후나 계절에 맞지 않는 날씨를 표현할 때 ‘야후 같은’이라는 말을 사용 한다.” “말들의 나라에서 사는 야후들이 악덕만을 지니고 있다면, 그들의 형제인 영국의 야후들은 타고난 이성을 사용해 악덕을 더욱 향상시켰다.” 이렇기에 휴이넘에서 추방된 후에도 걸리버는 영국과 가족에게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무인도에서 혼자 살기를 원했다. 휴이넘에서 몸에 익힌 덕성이 “내 종족의 온갖 부도덕함과 부패에 물들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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