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é de Balzac(1799~1850)는 20대 중반 사업 실패로 평생 빚쟁이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음에도, 1830~1848년까지 20년이 채 안 되는 동안 하루 16시간씩 작업에 몰두해 100여 편의 소설을 남긴 열정적인 인물이다다.
프랑스 대혁명(1789) 이후 왕정복고(王政復古) 때인 1819년, 파리의 허름한 하숙집에는 성공과 출세를 위해 상경한 법대생 외젠 드 라스티냐크 Eugène de Rastignac와 그의 친구이자 하숙집에서 식사만 하면서 후에 고리오 영감의 임종을 지킨 의대생 비앙숑 Bianchon, 탈옥수 신분을 속이고 사는 범죄조직의 두목이었던 보트랭 Vautrin, 부유한 재산가의 첩의 딸로 태어나 고아가 된 빅토린 타유페르 Victorine Taillefer, 혁명기 때 국수 공장으로 번 큰돈을 엄마 없이 자란 두 딸을 향한 미안함과 사랑의 방식에 관한 무지(無知)로 (돈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한 탓에) 모두 탕진하고 하숙집에서 외로이 비참하게 생활하는 고리오 영감 Père Goriot이 살고 있다.
“이 세상의 일들을 충분히 검토해 본후 취할 태도는 딱 두 가지, 멍청하게 복종하느냐 아니면 반항 하느냐 밖에 없다.”
출세를 위해 라스티냐크는 가장 먼저 레스토 백작 Count de Restaud의 부인이 된 고리오 영감의 큰딸 아나스타지 Anastasie에게 접근하지만, 그녀 앞에서 고리오 영감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관계가 끊어져 버린다다. 그 이유를 후에 사교계의 영향력 있는 여인이자 라스티냐크의 사촌이기도 한 보세앙 자작부인 Vicountess de Beauséant을 통해 알게 된다.고리오 영감은 소원대로 두 딸을 귀족과 부유한 은행가에게 차례로 시집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위들이 자신의 사업을 창피해한다는 말에 당장 사업을 접고 연금에 의존해 하숙집에서 살게 되었으며, 그 이후에도 딸들은 자신들의 사치를 위해 돈이 필요할 때마다 고리오 영감을 찾아와 하다못해 은 숟가락과 밥그릇까지 탈탈 털어가곤 했다. 그리고 더 이상 털어갈 게 없어지자, 부녀 관계를 끊었버린 것이다.
“아비란 행복하려면 그저 늘 주어야 하는 사람이지. 항상 준다는 것, 아버지 노릇이란 바로 그런 거야.”
어느 날 보트랭이 라스티냐크에게 접근한다.
“원칙이란 없고, 다만 그때그때 일어나는 사건들이 있을 뿐. 법칙이란 없고, 다만 상황들이 있을 뿐이야. 뛰어난 사람은 사건과 상황에 착착 맞춰 처신하면서 그것들을 주도해 간다네.”
“대단한 인물이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 그것은 거짓말하고, 굴복하고, 알아서 기고, 다시 일어나서 아첨하고, 본심을 숨기고 속이겠다고 결심하는 것 아닌가? 이미 거짓말하고, 굴복하고, 슬슬 기었던 자들의 하인이 되겠다고 동의하는 것 아닌가? 그들의 공범이 되기 전에 우선 그들을 섬겨야만 한다네.”
유일한 상속자인 타유페르의 배다른 오빠만 죽이면 모든 재산을 갖게 되므로, 모든 건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의도적으로 타유페르에게 접근하라는 보트랭의 꼬드김에 의해 하나의 사건이 전개되고, 여차여차해서 라스티냐크는 은행가 뉘싱겐 남작 Baron of Nucingen의 부인인 고리오 영감의 둘째 딸 델핀 Delphine과 인연을 맺게 된다. 파리 사교계에 당당히 발을 들여놓으려는 라스티냐크(법대생)의 의도와 언니(아나스타지)보다 못한 신분(백작>>남작)이 불만이던 차에 라스티냐크의 사촌 보세앙 부인의 인맥을 통해 신분 상승을 꾀할 수 있다는 델핀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큰딸 아나스타지가 찾아와 투정을 부리고 간 후 더는 줄 것이 없다는 사실에 자책하던 고리오 영감은 끝내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死境)을 헤매게 된다. 境 지경 경
라스티냐크가 그의 상태를 두 딸에게 이야기했지만, 아나스타지는 무관심으로 델핀은 오히려 상관 말고 함께 무도회에 가자고 제안하기까지 한다. 그 말에 분노하지만 분노도 잠시, 그들과 비슷해져 가던 라스티냐크는 델핀과 함께 무도회에 간다
“결혼하지 마오. 자식도 낳지 마오! 부모는 자식들에게 생명을 주지만, 자식들은 죽음을 준다오. 부모는 자식들을 세상에 맞아들이지만, 자식들은 부모를 세상에서 쫓아낸다오. (...) 난 그 애들에게 내 생명을 주었는데, 지금 애들은 나에게 단 한 시간도 주지를 않는구려.”
고리오 영감은 임종(臨終) 직전까지 딸들의 안부를 묻다가 숨을 거두고, 여러 번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아나스타지는 고리오 영감이 죽은 후에나마 도착했지만 델핀은 오지 않았다. 장례식에는 둘 다 참석하지 않는다. 라스티냐크와 비앙숑이 돈을 모아 장례를 치른 후 라스티냐크는 델핀에게 가기 전, 묘지의 언덕에서 파리를 내려다보며 외칩다. 臨 임할 림
“각오해라, 파리여! 내가 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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