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영국 성공회 신부(神父) 존 던 John Donne(1572~1631)이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쓴 시들을 모은 시집 《갑작스러운 사건들에 관한 기도》 Devotions upon Emergent Occasions(1624) 중 〈명상 17〉 Meditation XVII에 있는 구절이다. 전문(全文)은 이렇다.
“누구도 홀로 완전한 섬 island인 사람은 없다. 각각의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고 부분이다. 흙 한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는 만큼 유럽의 땅덩어리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 어떤 사람의 죽음도 그만큼 (전체로서의)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 속에 속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여기에서의 종은 죽은 사람을 애도할 때 치는 조종(弔鐘)을 가리킨다.
세계 대공황(1929.10)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베니토 무솔리니(1883~1922~1943~1945)의 이탈리아 민족주의[파시즘] 과
아돌프 히틀러(1889~1934~1945)의 독일 민족주의[나치즘]
그리고 로마 가톨릭마저 등에 업은 프란치스코 프랑코(1892~1936~1975)가 이끄는 스페인 민족주의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러자 스페인 공화주의 정부는 이오시프 스탈린(1878~1922~1952~1953)의 소련 사회주의와 동맹을 맺고서 쿠데타를 진압하려 했다. 그 3년간의 전쟁이 스페인 내전(1936~1939)이다. 결과는 프랑코의 승리로 끝났고, 그때부터 스페인은 그가 죽을 때까지 38년간 그의 독재에 신음했다.
미국 몬태나 주립대학교 스페인어 강사이자 폭파전문가였던 로버트 조던 Robert Jordan은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민주주의[공화주의]에 대한 신념과 인류를 위한다는 대의명분 (大義名分)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1년간 휴가를 얻어 스페인 정부군으로 참전한다.
“저들과 내가 다른 것은 서로 다른 명령을 받고 있다는 것뿐이야. 저들은 파시스트가 아니야. 그런 명칭으로 불리기만 할 뿐 실제로는 아니지. 저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사람들일 뿐이야. (…) 나는 살인이라면 생각조차 하기 싫어.”
이제부터 이어질 이야기는 그가 계획한 1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 1937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4일간의 기록이다.
그가 맡은 임무는 적군의 후방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서북쪽에 있는 구아다라마 Guadarama 산으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활동 중인 게릴라들의 도움을 받아 (역시 그곳에 있는) 철교(鐵橋)를 폭파하는 것이었다. 반란군이 곧 있을 정부군의 대대적인 반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하지만 상황은 매우 애매했다. 로버트에게 명령을 내린 정부군 사령관 골스[골즈] Golz의 말을 가만히 보면, 그곳 게릴라들의 정확한 인원수도 모르고, 게릴라들이 철교 폭파에 찬성해서 도울지도 미지수였 으며, 폭파 후 안전하게 퇴각(退却)할 수 있는 퇴로의 여부도 불확실했고, 무엇보다 정부군의 공격이 정확히 언제 시작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공격은 정규 사단의 모든 병력을 동원해 시작할 걸세. 사전에 공중 폭격이 있을 거야.’ ‘그럼 비행기가 폭격을 개시하면 공격이 시작되는 거군요.’ ‘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봐도 좋아. 이번에는 내가 직접 지휘하니까. (…) 그 다리 위로는 아무것도 올라오면 안 된다는 것, 그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조건일세. 그리고 나는 그 작전을 사전(事前)에 알아야 겠네.’”
구아다라마에서 로버트는 현지 노인 안셀모 Anselmo의 도움으로 그곳의 여러 게릴라 무리 중 파블로 Pablo가 이끄는 팀과 만나지만, 분위기는 싸늘하다. 갑자기 등장한 외국인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고, 로버트가 지원을 부탁하는 철교 폭파는 (퇴로가 불확실했기에) 결국 모두의 목숨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게릴라들의 동요(動搖)에 파블로는 거절을 한다. 그러나 그때 남성적인 외모와 거친 말투 속에 여성성을 조화시킨 인물이자 사실상의 리더인 파블로의 아내 필라 Pilar가 나서서 분위기를 순식간에 로버트의 작전을 지원하는 쪽으로 바꿔버린다. 그 와중에 로버트는 게릴라 대원 마리아 María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마리아는 내전 초기에 부모를 반란군에 잃고 그들에게 겁탈 (劫奪)까지 당한 불쌍한 아가씨였다. 하지만 곧 로버트에게 자신의 과거를 떳떳하게 밝힐 만큼 강한 내면을 갖고 있었다. 다음날인 일요일엔 청각장애 노인 엘소르도 El Sordo가 이끄는 인근의 또 다른 팀에게서도 지원을 약속받으며 작전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마리아와 사랑의 대화를 나누다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반란군의 비행기를 보며 필라와 죽음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하루가 저문다.
월요일 아침, 로버트가 순찰 중이던 반란군의 척후병(斥候兵)을 사살(射殺)하면서 상황은 갑자기 급박해진다. 모두가 초긴장한 상태로 전투태세에 돌입하고 그때 로버트의 작전에 필요한 말을 구하러 간 엘소르드 팀이 반란군 기병대의 습격으로 전멸하고, 그날 저녁엔 철교 폭파를 반대하던 파블로가 폭파 장치를 훔쳐 사라지기까지 한다. 이제 로버트의 계획은 실행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지만 다행히 D-Day인 화요일 아침, 파블로가 돌아온다.
“난 혼자가 되는 게 싫어. 어제 낮엔 난 모두를 위해서 혼자 일했지만 조금도 쓸쓸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젯밤에는 얼마나 비참했는지 …” 여장부(女丈夫) 필라는 파블로를 용서하고 다시 받아준다.
드디어 정부군의 대대적인 반격과 함께 파블로 팀은 반란군의 주둔지를 습격하고, 로버트는 철교 폭파에 성공한다. 안셀모 노인의 희생 위에서.
“표석(標石) 뒤에서 철사 고리를 쥐고 또 하나의 고리는 손목에 감고 길바닥의 자갈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어도 (안셀모는) 쓸쓸하다든가 외롭다는 건 느끼지 못했다. 안셀모는 손에 쥐고 있는 철사와 철교 그리고 로버트가 장치한 폭약과 한 몸이 되어 있었다. (…) 거기에는 흥분은 없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조용했고 (…) 고개를 들고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강 저쪽에 솟아 있는 산의 경사면이 보였다. 행복하지는 않았으나 쓸쓸하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안셀모의 시신 앞에서 철교 폭파에 성공한 로버트는 복잡한 심경을 느낀다.
“‘시체가 된 노인이 왜 이렇게 작아 보일까?’하고 로버트는 생각했다. 이렇게 작은 백발노인이 어떻게 그런 무거운 짐을 질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리를 폭파한 후 얼굴을 들어 안셀모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의 실망감과 솟구쳐 오르는 분노와 증오가 아직도 그의 전신(全身)을 휘감고 있었다. (…) 모든 일이 끝나자 그는 쓸쓸하고 고립감에 사로잡히고 침울한 기분이 되어 눈앞에 보이는 인간들이 미워졌다.”
하지만 곧이어 타고 있던 말이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 로버트도 골절상을 입어 움직일 수가 없게 된다.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반란군을 보면서, 로버트는 자신을 남겨둔 채 마리아와 동료들에게 어서 떠나라고 외친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반란군들을 향해 총을 들면서 최후를 맞이한다.
“세상은 아름답기에 투쟁할 가치가 있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떠나는 것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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