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1929)과 함께 영국 여성 작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S. Woolf(1882~1941)의 대표작이다. 13세 때 어머니
를 여의면서 그녀의 정신병은 시작되었고, 1912년 결혼으로 안정을 찾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함께 재발(再發)해, 어느 이른 아침 강 속으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선진국에서는 대체로 자기 명의의 집이 있고, 자동차도 두 대 이상 있으며, 하나 이상의 악기를 다룰 줄 알고, 하나 이상의 스포츠 활동을 꾸준히 하며, 하나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중산층’이라고 정의하고 ‘상류층’의 조건은 더 까롭다.다. 이런 배경지식 위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에 관한 묘사를 봐야만,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칭찬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는 것도 없고 악기도 다룰 줄 몰랐지만, 성공과 사교계를 좋아하고 불편함과 지저분함을 싫어하는 52세의 전형적인 상류층 여성 클라리사 댈러웨이 Clarissa Dalloway가 “사랑하는 것은, 지금 여기 그녀 앞에 있는 삶 자체”였다. 그것이 그녀가 자주 파티를 여는 이유였다. 모두 함께 모인 그 속에서 안주인의 역할을 할 때만 살아있음을 느꼈다. 1923년 6월 어느 화창한 아침, 그날 있을 파티 준비를 위해 꽃을 사러 나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파티 준비 중간 중간에 30년 전의 과거가 삽입되면서 그날 저녁 파티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이다.
그날 아침 느닷없이 (최근 5년간 인도에서 생활하던) 첫사랑 피터 월시 Peter Walsh가 30년 만에 그녀를 찾아왔다.
“옥스퍼드에서 퇴학당한 것을 시작으로 인도로 가는 배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하더니, 이제는 인도 주둔군 소령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답니다. 항상 비판적이고 “자기 생각에만 골몰해서 외곬으로 빠져”들며 여자를 좋아했고, 여자들의 “말 없는 헌신에 금방 싫증을 내 사랑에서도 다양성”을 원하면서도 질투심도 많았던 피터는 “평생 실수만 하는, 그 옛날 그가 그토록 외치던 이상(理想)들을 하나도 이루지 못한 사회적인 낙오자”의 모습이었다.
댈러웨이 부인이 항상 “모든 것이 공유되어야 했고 모든 것이 설명”되기를 원했던 피터 대신 보수당 하원 의원이 된 리처드 댈러웨이 Richard Dalloway를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결혼해서 날이면 날마다 한집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도 약간의 방임(放任), 약간의 독립성이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까지 지니고 있던 그녀의 성향상 옳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파티에는 또 한 명의 옛 친구 샐리 시튼 Sally Seton도 참석했다.
“그녀가 가장 찬탄(讚歎)해 마지않는 타입의 미인”이자 진보적이고 자유분방함의 대명사였던 샐리는, 놀랍게도 “커다란 단춧구멍만큼 머리가 벗어진 맨체스터의 방적(紡績) 공장 사장”과 결혼해서 아들을 다섯이나 두었다고 합니다. 파티가 한창일 때, 1차 세계대전 중 상관이자 친구를 잃은 충격으로 정신병에 시달리다가 정신병원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창문에서 뛰어내린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 Septimus Warren Smith의 자살 이야기가 그녀의 관심을 잠시 끌기도 한다.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 버린 삶들, 그리고 그 삶들을 보는 안타까움과 허무함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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