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공허함, '금욕주의'에서 행복의 길을 찾다
평생을 바친 직장의 책상을 정리하고 맞이한 은퇴. 시원섭섭함도 잠시, 쉴 새 없이 울리던 휴대폰은 잠잠해지고 '부장님', '팀장님'이라 불리던 우리는 어느새 동네의 '아무개 씨'가 되어 있습니다.
치열하게 달려온 삶의 결승선 뒤에서 기다리는 것이 뿌듯함이 아닌 공허함과 혼란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오늘 글에서는 수많은 은퇴자들이 겪는 이 마음의 위기를 고대 철학 '금욕주의'의 지혜를 통해 풀어보려 합니다. 금욕주의는 무작정 참고 견디는 사상이 아닌 오히려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향한 욕망을 '내려놓음'으로써 진짜 자유와 평온을 찾는, 인생 2막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기술입니다.

1. 은퇴라는 '어두운 숲', 우리는 왜 길을 잃는가?
단테는 <신곡>에서 인생의 중반에 길을 잃고 '어두운 숲'을 헤매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를 위협하는 것은 탐욕, 권력, 쾌락을 상징하는 맹수들이었죠. 우리의 현역 시절도 비슷하지 않았나요?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재산, 더 큰 인정을 얻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 '욕망'들이 어쩌면 바로 우리를 더욱더 달리게 한 맹수들 아니었을까요?
문제는 은퇴와 함께 나를 움직이게 만들던 이 맹수들도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나를 증명해주던 명함(권력), 월급(탐욕), 사회적 역할(인정)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욕망의 대상을 잃어버린 의식은 분열하고, 이 분열이 바로 우리가 은퇴 후 겪는 고통과 공허함의 진짜 원인입니다.
2. 모든 고통은 '욕망'에서 온다: 금욕주의의 첫걸음
금욕주의 철학은 아주 간단한 진리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고통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욕망하기 때문에 생긴다." 자녀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가주길 바라는 욕망. 배우자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길 바라는 욕망. 이미 떠나간 젊음과 건강을 되찾고 싶은 욕망. 이 모든 것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절대 뛰어들지 않는다면, 패배자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금욕주의는 욕망 자체를 없애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내가 이룰 수 없는 욕망,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조언합니다.
우리는 그 집착을 버릴 때, 비로소 우리의 마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온, 즉 '부동심(不動心)'을 얻게 됩니다.
욕망을 갖지 않음으로써 의식의 분열 자체를 막는 것, 이것이 금욕주의적 행복의 핵심입니다.
3. 2025년 은퇴자를 위한 금욕주의: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까?
그렇다면 2025년,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은퇴 후 내려놓아야 할 욕망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 과거의 지위에 대한 집착: '내가 왕년에...'라는 말은 이제 그만. 현역 시절의 명함은 이제 추억입니다.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아파트 주민, 어떤 모임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 자녀의 삶을 통제하려는 욕망: 자녀의 결혼, 직장, 인생은 더 이상 나의 몫이 아닙니다. 2025년의 청년들은 부모 세대와 전혀 다른 세상과 가치관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들의 선택을 믿고 지지하는 것이 어찌보면 최고의 사랑이자,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길 일수 있습니다.
- 사회적 인정에 대한 갈망: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느끼느냐입니다. SNS 속 화려한 여행이나 비싼 취미를 부러워하기보다, 내 발걸음으로 걷는 동네 산책길에서 만족을 찾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4. 마음의 평온을 찾는 작은 습관
금욕주의는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습관을 통해 완성됩니다. 오늘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을 여러분들도 꼭 한번 실천해보세요.
- '통제 가능 리스트' 작성하기: 잠들기 전, 오늘 나를 괴롭혔던 일들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 일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인지 '통제할 수 없는 일'인지 구분해서 적어보세요. 우리는 오직 통제할 수 있는 일에만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 하루에 세 가지 감사일기 쓰기: '누군가 웃어준 것', '날씨가 좋았던 것', '배우자가 차려준 저녁 식사'.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서 감사함을 찾는 순간, 세상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 '나만의 가치' 재정의하기: 돈, 명예, 지위가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찾아보세요. '건강', '배움', '관계', '봉사' 등 인생 2막을 지탱해 줄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이 아닌, '가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은퇴는 끝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과 사회의 기대로부터 벗어나 진짜 '나'를 위한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더하기의 삶에서 빼기의 지혜로 전환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인생의 후반전을 진정한 행복과 평온으로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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