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데카르트)

데카르트 철학 이해하기 5: 연장과 운동

지적허영 202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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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됨으로써 명증적으로 알게된 〈나〉의 존재와 〈신〉의 존재로부터 객관적 세계에 관해서 우리가 갖는 관념도 또한 역시 그것이 명증적인 한 참[眞]이다. 즉 그 관념에 일치하는 존재가 있다고 인정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신의 관념과 삼각형의 관념이 틀린다는 것은 데까르뜨도 인정한다. 신의 관념은 필연적으로 존재를 포함하고 있지만 삼각형의 관념은 그와는 달라서, 이를테면 그것이 가령 그 <내각(內角)의 합(合)은 직각이다>라는 내용을 필연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할지라도 그렇다고 <삼각형은 존재한다>는 것을 필연적으로 포함하지는 않는다. 유한한 것은 필연적 존재를 갖는 것이 아니고 우연적 존재를 갖는데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데까르뜨는 유한한 것의 관념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명백하고 분명한 한에 있어서 신의 실재성(實在性)을 분유(分有)하고 있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나〉와 〈신〉의 존재를 전제하면 명백하고 분명한 관념은 참이다. 즉 그와 같은 관념에는 존재자가 대응한다는 것이 유한한 세계 전체에 관해서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한한 것의 관념에 존재가 대응하지 않고, 그 관념이 거짓(僞]인 경우 거짓이라는 것은 적극적인 성질이 아니고, 다만 그 관념이 명증적이 아닌 부분에 있어서 〈무(無)〉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형이상학에 관한 최초의 윤곽은 위에 말한 바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철학의 기초〉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일단락 생각을 마무리하는 정도로 하고, 데까르뜨는 1629년 말부터 1633년 중엽에 이르는 시간을 자연학의 문제에 골몰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공표함으로써 형이상학이나 도덕론에 관한 논쟁을 피하면서 철학자로서 할 일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과연 세계론《世界論》이라는 포괄적인 논문이 1633년 여름에 탈고(脫稿)된 것이다. 그 내용 항목을 방법서설《方法敍說》에 따라서 들어본다면, 플라톤주의자와 근사하다 할 만큼 〈빛〉가운데 세계 전체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생각을 알 수 있다. 항성(恒星)과 태양은 빛을 비추기 때문에, 그리고 하늘 공간(空間)은 빛을 통과(通過=透過) 시키기 때문에, 또 유성(遊星=地球)은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그리고 또 인간은 빛에 의해서 모든 물건을 보기 때문에 세계론《世界論》속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생각을 말하자면 전체의 테두리로 하면서, 데까르뜨는 기하학자(幾何學者)도 전제로 하고 있는 단순한 원리、즉 연장물(延長物■物體)과 운동만으로써 세계 과정을 설명하려고 한다。우선 세계는 차원(三次元)의 연장체이고, 그리고 연장이 있는 한 거기에는 물질이 있다고 본다. 즉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진공(眞空日空虛)같은 것은 생각할 수 없다.이 점에서 데까르뜨는 원자론자에 반대한다. 원자론자는 원자와 〈공허〉를 원리로 하고 있지만 데까르뜨에게 있어서는 〈공허〉의 존재는 무(無)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모순되는 생각인 것이다. 다음에 이와 같은 충실된 연장에다가 연장의 여러 부분 상호의 장소의 이동으로서의 <운동>을 제2의 원리로서 첨가한다. 그러므로 연장과 운동이란 이 두 개념이 객관적 세계의 구성원리인 것이다.

그런데 연장체나 운동이나 다 신의 존재에 관여하기 때문에 신에 의해서 존재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 자기 스스로의 상태를 동일하게 보존한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둥근 것은 딴 것의 작용을 받지 않는 한 둥금을 어디까지나 보존하는 것이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딴 것의 작용을 받지 않는 한 정지한다는 일은 없다. 그때에 운동의 속도뿐만 아니라 그 방향까지도 보존된다〔소위(慣性法則〉이다]. 더 나아가서 세계내에서의 운동의 양(量)은 일정한 것이고, 한 물체가 딴 물체에 충돌하는 경우에는 한편이 잃는 운동은 다른 편이 얻고 있어、전체의 운동의 양은 불변한 것이다[소위〈운동량 항존의 법칙〉즉〈충돌의 법칙 인 것이다]. 데까르뜨는 이리하여 역학(力學)의 법칙을 물론 아직 불충분한 방식으로서 이기는 하지만 세우고 그런 것을 세계의 기본 법칙으로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연장체의 존재와 운동의 존재와 아울러 그런 것의 보존을 규정하는 기본법칙을 전제로 하여 데까르뜨는 일종의 우주발생론을 생각하여 현재의 우주의 상태를 이끌어 내려고 한 것이다. 데까르뜨가 한 이런 생각에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나, 요는 스콜라 자연학의 체계에 대신하여 새로운 자연학을 세워보고자 시도한 최초의 대 규모적인 체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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