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George Orwell이라는 필명(筆名)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에릭 블레어(1903~1950)의 대표작 중 하나로, 조지 오웰 역시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었다. 레닌과 그가 이끌던 소수 정당인 볼셰비키 Bolshevik가 주도한 러시아 혁명(1917)부터 스탈린이 죽기 10년 전인 1943년까지, 현실에 존재했던 러시아 사회주의의 진면목을 이처럼 가장 쉽고 적절하게 쓴 책은 단언컨대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 筆 붓(글씨) 필, 筆問筆答 필문필답
<동물농장>(Animal Farm)은 소련 공산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소설로 소설 이해를 위해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을 간략히 살펴보면 이렇다. 1917년(2월과 10월) 카를 마르크스(1818~1883)의 사회주의 사상을 세계 최초로 실현한 블라드미르 레닌(1870~1924)과 이오시프 스탈린(1878~1922~1952~1953) 그리고 레프 트로츠키(1879~1940)는, 제정(帝政) 러시아(1721~1917)의 마지막 황제[차르] 니콜라이 2세(1868~1894~1917~1918)를 폐위(廢位)하고 소비에트 연방[소련](1922~1991)을 건국한다. 廢 폐할 폐/버릴 폐, 位 자리 위
그러나 권력 쟁취 후에는 언제나 논공행상(論功行賞)에 기초해 동료들 사이에 분열이 발생하는 법이다. 레닌 사후(死後), 스탈린과 트로츠키는 권력 쟁탈 과정에서 정적(政敵)이 된다. 스탈린은 이제 갓 태어난 소비에트 연방부터 튼튼히 한 후 세계로 눈을 돌리려고 했고, 트로츠키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세계 전체가 공산주의 국가가 될 때까지) 세계 곳곳에 공산주의 혁명의 불씨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스탈린 체제에 대한 선전(宣傳)은 스탈린의 오른팔 뱌체슬라프 몰로토프(1890~1986)가 전담했다. 트로츠키는 멕시코로 망명하지만 결국엔 그곳에서 암살당한다. ‘매너 농장’ Manor Farm이 소설의 배경인데, ‘매너’ Manor는 봉건주의의 상징인 장원(莊園) 또는 영지(領地)를 뜻하는 영어 단어이다. 宣 베풀 선, 宣誓 선서, 領 거느릴 령(영)
*메너 농장 = 제정 러시아 *동물농장 = 사회주의 러시아
*메이저 영감 = 레닌(마르크스)
*돼지들 = 볼셰비키 당원들
*농장주 존스 = 니콜라이 2세, 인간으로 묘사됨
*나폴레옹 = 스탈린, 비교적 지능이 높은 돼지
*스퀼러 = 몰로토프, 비교적 지능이 높은 돼지
*스노우볼 = 트로츠키, 비교적 지능이 높은 돼지
*프레더릭 = 히틀러, 핀치필드 농장 = 나치 독일
*필킹턴 = 처칠과 루스벨트, 폭스우드 농장 = 자본주의 국가
*외양간 전투 = 러시아 내전
*박서 = 프롤레타리아트/노동자들
영국 윌링던 Willingdon 인근의 낙후(落後)된 매너 농장[제정 러시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수퇘지 메이저 영감[레닌] Old Major이 동물주의 7원칙 Seven Commandments of Animalism을 공표(公表)하면서 천대(賤待)받는 동물들에게 혁명 사상을 주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한다. 待 기다릴 대, 盡人事待天命 진인사대천명
돼지들[볼셰비키 당원들]이 이끄는 동물들은 메이저(레닌) 영감의 유언대로, 혁명을 일으켜서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알코올중독자인 농장주 존스[니콜라이 2세] Mr Jones를 몰아내는 쿠데타에 성공한 후 농장 이름도 동물농장[사회주의 러시아] Animal Farm으로 바꾼다. 돼지들 중 카리스마 넘치는 나폴레옹[스탈린] Napoleon과 그의 (살찐) 대변인 스퀼러[몰로토프] Squealer 그리고 지략가 스노우볼[트로츠키] Snowball이 주축이 되어, 정기적인 학습과 회의를 통해 모든 동물이 (주인 의식을 갖고) 농장의 운영에 참여하는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허탈하게 물러날 수 없었던 농장주 존스(니콜라이 2세)는 프레더릭[히틀러] Mr. Frederick의 핀치필드 농장[나치 독일] Pinchfield Farm과 필킹턴[처칠과 루스벨트] Mr. Pilkington의 폭스우드 농장[자본주의 국가] Foxwood Farm 등 인근 농장주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동물농장 탈환(奪還)을 시도한다. 이것은 후에 외양간 전투[러시아 내전(1917~1922)] Battle of the Cowshed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奪 빼앗을 탈, 還 돌아올 환
이때 지략가 스노우볼의 지휘로 동물들이 대승(大勝)을 거둔다. 얼마 후엔 풍차[소련의 5개년 경제 개발 계획의 상징인
드네프르댐 Dnieper Dams] 건설 문제를 둘러싸고, 나폴레옹(히틀러)과 스노우볼(트로츠키)의 관계가 틀어진다.
그러자 나폴레옹(스탈린)은 재빨리 자신이 직접 조련(調練)한 9마리의 개들[비밀경찰]을 앞세워 스노우볼(트로츠키)을 추방하고서 독재 체제를 구축한다. 그리고 스퀼러를 통해 동물들을 선동(煽動)하고 세뇌해서 그리고 (예전엔 농장주 존스를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돼지들을 위해서, 동물들이 죽으면 얼음 사탕 산[천국] Sugarcandy Mountain이라는 신비한 나라에 가게 된다고 거짓말을 퍼뜨리며) 일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산해진미(山海珍味)를 즐기는 까마귀 모세 [성직자들] Moses까지 동원해서 체제 안정화를 꾀한다. 調 고를 조, 練 익힐 련(연), 煽 부채질할 선
이때부터 동물농장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모두가 참석하던 정기 회의가 폐지되면서 모든 일은 나폴레옹과 그의 측근 돼지들 사이에서 은밀히 결정되고, 나폴레옹(스탈린)은 원래 스노우볼(트로츠키)이 생산력 향상⋅전기⋅난방 ⋅수도 시설 등을 위해 주장했던 풍차 건설을 자신의 계획인양 추진하면서 존스 때처럼 작업량은 늘리되 식량 배급은 대폭 줄여버렸다. 도중에 건설 중인 풍차가 폭풍우로 무너지자, 스노우볼의 방해 공작이라고 둘러댄다. 이 모든 건 존스(니콜라이 2세)가 다시 쳐들어올 거라는 위기감, 스노우볼과 한 패거리라는 낙인(烙印)이 찍히게 되면 추방된다는 두려움, 언제나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개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나폴레옹과 그의 측근들은 존스의 집[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전] Moscow Kremlin에 들어가 존스보다 더 사치스러운 호화 생활을 영위(營爲)한다. 烙 지질 락(낙), 營 경영할 영
나폴레옹(스탈린)이 스퀼러를 앞세워 동물농장의 목재를 팔기[1939년 8월 23일에 체결된 ‘독-소 불가침(不可侵) 조약’ Molotov–Ribbentrop Pact을] 위해 인간 윔퍼[중립국] Mr. Whymper를 고용해서 프레더릭(히틀러) 그리고 필킹턴(처칠)과 물밑 협상을 벌이게 했고, 그러는 동안 동물들 사이에서는 프레더릭(히틀러)이 풍차를 파괴하기 위해 다시 공격해 올 거라는 소문이 퍼진다. 동물들은 같은 인간이더라도 프레더릭보다는 필킹턴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을에 풍차가 완성되자마자 나폴레옹은 프레더릭에게 목재를 팔았다고 발표한다. 이로 인해 필킹턴과의 관계는 단절(斷切)되었고, 슬로건 slogan도 ‘프레더릭 타도(打倒)’에서 순식간에 ‘필킹턴 타도’로 바뀌었다. 打 칠 타, 倒 넘어질 도
하지만 프레더릭에게 목재값으로 받은 돈이 위조지폐(독일이 독소 불가침 조약 파기 후 침략)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필킹턴에게 다시 우호 관계를 맺고 싶다는 나폴레옹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얼마 후, 동물들이 아침을 먹고 있을 때 프레더릭이 성능 좋은 총을 든 수십 명의 패거리를 이끌고 습격한다. 이것이 일명 풍차 전투[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면서 형성된 ‘동부전선’ Eastern Front(1941.6~1945.5)]이다. 나폴레옹이 사는 존스의 집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점령당하고, 풍차마저 폭파된다.
조지 오웰은 책에서 프레더릭(히틀러)이 폭파했다고 기록했지만, 사실은 나폴레옹 그러니까 스탈린이 내린 지시였다. 애타게 도움을 기대한 필킹턴으로부터는 ‘잘 됐다. 깨소금 맛이다.’라는 메시지만 도착한다. 하지만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은 간신히 인간들을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무식하지만 “나폴레옹(스탈린)은 언제나 옳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성실히 일만 하던 수말 박서[프롤레타리아트/노동자들] Boxer가 풍차 전투에서 가장 큰 공(功)을 세웠지만, 치명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도 기어이 풍차 재건을 위해 일하다가 결국엔 쓰러져 숨을 거둔다. 나폴레옹은 그런 수말 박서를 자기와 돼지들이 마실 위스키를 사기 위해 도살업자에게 돈을 받고 팔면서도, 동물들에게는 성대한 장례식을 위해 동물병원으로 옮겼다고 거짓말을 했다. 당나귀 벤저민 영감[입만 살아 움직이는 지식인들] Old Benjamin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언제나처럼 알아듣지 못할 소리만 구시렁 댈 뿐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사치를 일삼는 흰 암말 몰리[러시아 혁명의 결과 추방당하게 되는 부르주아지] Mollie는, 박서와 함께 쌍두마차를 끌던 암말 클로버[무기력한 중산층] Clover 가 박서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성대한 장례식이 치러질 거라는 거짓말을 믿고 안도하는 모습을 보며 비웃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개의 풍차가 건설된 결과 동물농장의 생산력은 크게 높아졌지만, 동물들의 생활은 오히려 나빠졌고 동물 농장은 인간 사회의 악폐라고 주정하던 그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가장 행복한 동물은 가장 단순하게 산다.”라는 나폴레옹(스탈린)의 세뇌(洗腦) 때문이었다. 동물들 대부분은 그런 자신들이 천국에서 살고 있다고 믿었다. 마침내 돼지들은 (그들이 쫓아낸 인간과 똑같이) 두 다리로 서서 채찍을 들고 동물들을 착취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메이저 영감의 동물주의 7원칙마저 단 두가지 원칙으로 줄여버리고, 술속에 빠져 살면서, 옷까지 갖춰 입은 채 침대 생활을 하며, 심지어 적으로 규정(規定)한 인간과 스스럼없이 교류한다. 洗 씻을 세
예전 혁명의 전통은 모두 사라졌다. 동물농장의 이름마저 다시 매너 농장으로 바뀌었다. 어느 날 나폴레옹은 자기 측근 돼지들 몇 명과 (새로 동맹을 맺은) 인근 농장의 인간들을 초대해서 성대한 파티[1943년 12월 이란의 수도에서 개최된 스탈린⋅처칠⋅루스벨트의 ‘테헤란 회담’ Tehran Conference]를 연다. 함께 앉아 카드놀이를 하면서 겉으로는 서로를 칭찬하고 웃지만, 속으로는 상대 방을 속일 생각만 했다. 그러다가 나폴레옹과 필킹턴이 동시에 스페이드 에이스[냉전(冷戰)의 시작] Ace of Spades를 뽑으면서 양측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진다. 그 모습을 창문 밖에서 지켜보는 동물들은, 치고받고 싸우는 돼지들과 인간들을 도무지 구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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