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만무방 (1935) 김유정(金裕貞)(1908~1937)

지적허영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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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목 ‘만무방’은 ‘염치없는 막돼먹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5년 전엔 아내와 아들 그리고 집도 있었던 응칠이가 이 마을로 들어 온 것도 어느덧 한 달이 되어 간다.” 열심히 농사를 짓지만 남는 건 빚뿐. 가진 거라곤 이것이 다니 빚쟁이들은 알아서 나눠 갖으라는 글만 남긴 채 응칠은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살던 곳에서 도망쳐 여기저기에서 빌어먹는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러다간 젖먹이 아들까지 죽게 할 뿐이니 서로 살길 찾아가자는 아내의 말에 흔쾌히 승낙하면서 혼자가 된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든 어떤 사건만 터지면 순사(巡査)[순경]들은 응칠을 의심 하고 못살게 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절도 전과 4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싫은 데다 하나뿐인 31세의 동생 응오 얼굴을 본지도 너무 오래되어 동생이 있는 이 마을로 들어오게 된 건데, 한 달도 되 지 않아 또 다시 사건이 터진다. 응고개에 있는 논의 벼가 사라진 것이다.

 

응오는 마을에서도 소문 난 모범 청년이 었지만, 무슨 일인지 이미 추수 때가 지났음에도 응고개에 있는 지주의 논의 벼를 여태 베지 않고 뭉그적 거리기만 한다. 이유는 그의 아내가 사경(死境)을 헤매고 있기도 했지만, 벼를 거둬봐야 지주 몫과 고리 대금업자 김참판의 몫 등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남는 건 빈 지게에 더해 빚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해는 흉작이기도 했다. 그래서 설움에 복받쳐 너희들끼리 알아서 하라며 손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딱했던 형 응칠이 팔 벗고 나서 지주를 만나 협상을 해보지만, 지주는 “다른 하인들을 시켜 벼를 거둘 수도 있고 아니면 그깟 것 없어도 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다만 응오의 반항을 용인(容認)하면 다른 소작농들의 버릇도 나빠질 수 있기에 응오에게 벼를 거두라고 독촉하는 것뿐”이라고 대답한다. 더욱이 흉작이라도 그런 놈한테는 세(稅)를 감해 줄 의향조차 손톱만큼도 없다는 말에 응칠은 지주의 뺨을 후려친다. 그러던 와중에 응고개 논의 벼가 사라진 것이다.

 

어느 모로 보든 그 혐의(嫌疑)는 자신을 향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게다가 응오가 피땀 흘려 농사 지은 것이기도 하기에, 응칠은 스스로 범인을 잡으리라 결심한다. 그가 처음 지목한 용의자는 전과 1범 의 성팔이였지만, 알고 보니 실제 범인은 다름 아닌 동생 응오였다. 노름하고 돌아오던 어느 날 응칠의 눈에 응고개 벼 도둑의 모습이 포착되었고, 날쌔게 달려들어 잡고 보니 응오였던 이다다. “내 것 내가 먹는 데 누가 뭐래?”라며 돌아서는 응오의 등을 보면서 응칠은 응오가 맨 봇짐의 벼 이삭을 논에다 도로 털어 버리고 곧이어 뒤를 쫓아가 응오를 달래고 설득해봤지만, 자신의 위로에 콧방귀를 뀌는 응오를 일어나지 못할 만큼 두들겨 팬다. 만신창이가 된 응오를 등에 업고 응고개에서 내려오는 응칠의 눈엔 하염없이 눈물만이 흐른다. 응오는 아내를 얻기 위해 3년간 술 한 잔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머슴을 살면서 돈을 모았지만, 그렇게 힘들게 얻은 소중한 아내가 결혼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지금 이렇게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던 것이었다. 돈이 없어 의원도 부르지 못해 무슨 병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런 응오의 형편에 도움 하나 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까지, 응칠의 마음은 두 배로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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