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메밀꽃 필 무렵 (1936) 이효석(李孝石)(1907~1942)

지적허영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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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금뱅이[천연두 등에 의해 얼금얼금 얽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요 왼손잡이드팀전[무명이나 비단을 파는 가게나 사람] 허생원(生員)[소과(小科) ⋅생진과(生進科)⋅사마시(司馬試)라고도 불리던 시험에 합격한 사람]과 친구 조선달(先達)[대과(大科)에 합격하고도 벼슬을 얻지 못 한 사람]은 장돌뱅이였다. 허생원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강원도 봉평 마을의 충주댁을 연모(戀慕)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충주댁에게 먼저 작업을 거는 듯한 모습에 화가 나 자기도 모르게 냅다 달려가 동이의 따귀를 때리며 내쫓는다. 그런데 의외로 아무런 반항 없이 자리를 뜨는 동이의 모습에 측은한 마음이 들때즘 동이가 헐레벌떡 뛰어와 반평생을 함께 해온 허생원의 나귀가 갑자기 날뛰니 어여 가보라고 알려주고, 나귀를 진정시키면서 허생원은 동이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동이 에게 마음을 연다. 나귀가 날뛴 게 아이들 장난 때문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암놈 당나귀를 보고 저 혼자 미쳐 날뛴 것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허생원과 조선달 그리고 동이 셋은 다음 목적지로 함께 길을 떠나고, 와중에 단 한번 있었던 허생원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젊은 시절 놀아본 적은 있지만, 이상하게 여성과는 인연이 없었던 허생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한 여름, 객주(客主) 집 토방(土房)이 하도 더워 허생원은 밤 중에 자다 말고 일어나 개울가로 목욕하러 나갔다. 달이 너무 밝은 탓에 다 벗고 개울에서 목욕하기가 왠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 물레방앗간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엔 뜻밖에도 봉평 제일 미녀로 불리던 성서방네 딸이 혼자 울고 있었가.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곧 어디로든 시집가게 될 자신의 신세가 서러워서였다. 그녀를 달래주면서 허생원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성과 사랑을 하게 되고, 그 후 한참 시간이 흘러 다시 봉평을 찾았을 땐 이미 성서방 네는 제천으로 이사한 후였다. 그래서 이후에도 제천의 장(場)이라는 장은 몇 번이고 뒤져봤지만, 그녀를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한편, 동이는 아버지의 얼굴을 모른다. 봉평이 고향인 동이 어미는 제천에 서 달도 차지 않은 아이를 낳은 후 집에서 쫓겨나 재혼을 하면서 술장사를 시작했지만, 망나니였던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 동이 역시 계부(繼父)의 폭력을 못 이겨 18세에 집을 뛰쳐나와 장돌뱅이 생활을 시작한 거였다. 그의 어머니는 지금은 계부와 헤어졌지만, 여전히 제천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셋은 다음 목적지를 제천으로 정하고 길을 재촉한다.

 

나귀가 걷기 시작했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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