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이 기술 복제 시대라는 매우 어색한 말을 규정하고자 했던 건 사진기술이 대중화되고 영화산업이 막 성장하기 시작한 1930년대이다. 지금도 그 시대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용어를 찾기가 마땅치 않다.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인 '사진과 영화'에는 전통적 예술인 '회화와 연극'이 지니고 있던 아우라(Aura)가 사라졌다는 것이 기술 복제 시대 예술작품의 핵심이다. 사람으로 치면 카리스마에 해당하는 '아우라'가 핵심 단어이다. 벤야민이 말하는 아우라는 쉽게 말하면 '대상이 지니는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이고 조금 어렵게 말하면 '인간에게서 일정한 거리와 경계를 두는 힘'인 동시에 바로 그 때문에 '인간으로부터 숭배와 섬김을 끌어내는 힘'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놀라운 경험을 할 때가 꽤 자주 있다. 누워있는 내가 한없이 아래로 더 아래로 가라앉는다거나 아니면 하늘로 들어 올려져서 별과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나와 대상과의 경계가 갑자기 해체되어 내가 대상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느낌을 벤야민은 아우라적인 경험이라고 했다.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미네시스적(재현적) 경험이라고 말했다. 벤야민은 예술작품이 아우라를 지니러면 진품 이거나 고유한 원본이거나 일회적이어야 한다고 길게 말했지만 요약하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개성'이나 '독특함' 또는 '특이함'에서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분위기나 향기가 흘러 나온다는 건 사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이러한 '아우라'를 상실한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들은 더 이상 '숭배 가치'가 아니라 '순간성'과 '불연속성' 그리고 '파편성'에 근거한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체험'을 본질로 하는 전시 가치(Exhibition Value)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벤야민의 분석이다. 그래서 대중들은 지속적이거나 강렬해서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킬 경험(Experience)이 아니라 일시적이고 소일거리여서 삶에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하는 체험(Trial)만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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