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행복한 가족이 되는 방법[조건]은 어느 집이건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족이 되는 이유는 가족의 수만큼 (수없이) 많다.” All happy families are like one another ;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라는 문장으로 긴 이야기는 시작된다.
*알렉세이 카레닌: 이성적 성향의 귀족, 안나 카레니나의 남편
*세르게이 카레닌(일명 세료자): 안나 카레니나의 아들(8살)
*스테판 오블론스키(일명 스티바): 안나 카레니나의 오빠(34세)
*다리야 오블론스카야(일명 돌리): 안나 카레니나의 새언니, 오빠의 부인(33세)
*알렉세이 브론스키: 기병대 장교, 안나 카레니나와 불륜 관계
*예카테리나 쉬체르바츠카야(일명 키티): 돌리(안나 카레니나의 새 언니)의 여동생(18세)
*콘스탄틴 레빈(일명 코스탸): 스티바의 친구(32세), 돌리를 짝사랑
*엘리자베타 트베르스 카야(일명 베치): 브론스키의 친척, 사교계 인사
관대하고 도덕적이라는 칭찬이 자자한 고위 관료 알렉세이 카레닌 Alexei Karenin은 후에 아내의 불륜까지도 감정 대신 이성적으로 대처하며 쌓아 온 모든 걸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귀족이었고, 남편 카레닌보다 스무 살이나 어리지만 결혼해서 아들 세르게이 카레닌 Sergei Karenin 일명 세료자 Seryozha(8세)도 낳고 별 탈 없이 잘살고 있던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
어느 날 흥청망청 사는 전형적 귀족인 친오빠 스테판 오블론스키 Stepan Oblonsky 일명 스티바 Stiva(34세)가 가정교사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오빠의 부탁으로 새 언니 다리야 오블론스카야 Darya Oblonskaya 일명 돌리 Dolly(33세)와의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모스크바행 기차에 올라탄 안나는, 기차 안에서 훤칠하고 잘생긴 그리고 미술에도 재능이 있고 조예(造詣)도 깊은 기병대 장교 알렉세이 브론스키 Alexei Vronsky를 본 순간 서로 호감을 느낀다.
며칠간 모스크바에서 머물던 중 참석한 무도회에서 브론스키를 다시 만나면서 둘의 호감은 떨림으로 바뀌지만, 그곳에는 안나와 브론스키를 보며 분노와 허무함에 떤 사람도 있었다. 브론스키가 심심풀이로 만나고 있던 돌리의 여동생 예카테리나 쉬체르바츠카야 Ekaterina Shcherbatskaya 일명 키티 Kitty(18 세)였다. 브론스키도 자기를 사랑한다고 굳게 믿고 있던 키티는 그날 브론스키가 청혼하리라고 (혼자) 예상하고 (혼자) 들떠 있다가, 안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브론스키를 보며 가슴이 찢어진다. 그런데 하필 그런 순간에 언제나 진지(眞摯) 모드인 그리고 친구 스티바의 처제인 키티를 오랫동안 짝 사랑해오던 콘스탄틴 레빈 Konstantin Lëvin 일명 코스탸 Kostya(32세)는 상황 파악을 못 한 채 키티에게 청혼했다가 단호한 거절이라는 큰 상처를 받는다. “그래. 내게는 사람들을 밀어내는 불쾌한 뭔가가 있어.”
브론스키는 안나를 유혹하기 위해 그 자신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한다. 그곳에도 브론스키의 영지(領 地)가 있었다.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친척이자 사교계 인사인 엘리자베타 트베르스 카야 Elizaveta Tverskaya 일명 베치 Betsy를 통해 그곳 사교계에 진입한 후, 거의 1년 동안 안나의 주위를 맴돌며 사랑을 고백하고 밀당을 거듭한 끝에 결국엔 안나의 마음을 얻게 된다. “사람의 머릿 수만큼 생각이 가지각색이라면, 마음의 수만큼 사랑의 종류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불륜이 시작되면서 안나는 남편의 눈코입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어.” 그렇기 때문에 밀회(密會)가 이어지던 중 브론스키의 아이를 임신하자, 안나는 남편 카레닌의 면전(面前)에서 자기의 불륜 사실을 털어놓으며 더는 당신을 사 랑하지 않으니 이혼하자고 당당히 말한다.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카레닌은 사회적 지위와 명성 등 그때까지 쌓아 올린 모든 걸 놓치고 싶지 않아 차분하게 말한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자고, 결론을 내릴 때까지는 평소처럼 행동해달라고.
“지금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 가지는, 안나의 타락으로 그에게 튈 진흙을 털어내고 자신의 활동적이고 정직하고 유익한 삶의 길을 계속 걸어 나가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고 가장 점잖고 가장 편리한, 즉 가장 정당한 방식이 될까 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안나는 그때부터 대놓고 브론스키를 만나러 다닌다.
그러다가 안나가 브론스키의 아이(딸)를 출산하던 중 병에 걸려 사경(死境)을 헤맬 때, 어색하게도 카레닌과 브론스키 모두 안나 곁에 있게 된다. 그때 브론스키 앞에서 카레닌에게 용서를 구하는 안나 그리고 보란 듯이 의연한 태도로 용서한다고 말하는 카레닌. 안나는 다시 카레닌에게 돌아간다. 카레닌의 품위 있는 태도와 상반(相反)되는 자신의 경박(輕薄)함 그리고 안나를 빼앗겼다는 상실감에 브론스키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질긴 게 목숨이라고 죽지는 않는다. 한 달간 혼자 몸을 추스른 후, 브론스키는 먼 곳 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겠다며 안나의 집에 들른다. 브론스키를 보자마자 안나의 마음은 다시 요동치게 되고 결국 갓 태어난 딸을 데리고 둘은 그 길로, 카레닌과는 정식으로 이혼도 하지 않은 채 유럽으로 도주(逃走)한다. 이로써 둘의 불륜은 사교계에 순식간에 퍼졌고, 여성인 안나는 당장 상트페테르부르크 의 사교계에서 퇴출된다. 그리고 몇 년 후 브론스키와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안나에게 남은 건, 당연히 단 하나도 없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후 서서히 그리고 성향상 어쩌면 당연히 브론스키 쪽에서 먼저 삐걱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토록 바라던 안나가 완전히 자기의 것이 되었음에도 점차 알 수 없는 갈증과 허무함이 느껴지고, 활동적이던 성향을 억누르고 시골에 처박혀 안나만 보고 있자니 답답함에 숨쉬기도 힘들 지경이 되어간다.
“(안나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사랑하는 안나가 다른 남자의 여자라는 사실에)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행복(에 대한 희망)은 그의 앞에 있었다. (그러나 안나와 함께 사는) 지금, 그는 최고의 행복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렸다고 느꼈다. (…) 그는 아름다운 꽃을 사랑한 나머지 꺾어서 못쓰게 만들어놓고 나서야 겨우 그 아름다움을 깨닫고, 이제는 자기의 수중에서 시들어 버린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안나는 안나대로 불만이 쌓여갔다. 브론스키의 사랑 단 하나만 바라보며 부와 명예와 가족과 (그렇게도 좋아하던) 사교계 생활까지 모두 버리고 지금 여기까지 왔는데, 브론스키가 자기를 대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아졌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자신이 포기한 모든 것에 대한 본전(本錢) 생각에) 안나가 브론스키만 쳐다보며 사랑을 갈구하고 집착하면 할수록 브론스키는 브론스키대로 예전엔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변한 것에 숨이 막혀 안나를 더 멀리하게 되고, 또 그럴수록 안나의 집착과 (특히 버리고 온 아들 세료자에 대한) 죄책감과 공허함은 커져서 더욱 광적으로 브론스키에게 집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둘 사이에 대화는 종적을 감췄죠. 입을 여는 순간부터 욕설과 짜증과 고음과 성토(聲討)만이 난무(亂舞)할 뿐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책임했고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무지(無知)했던 두 사람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안나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진다. “이렇게 하면 그 사람을 벌주고 모든 사람 아니 나 자신에 게서 벗어날 수 있어. (…) 하느님 나의 모든 것을 용서하소서!”
한편 브론스키에게 차인 아픔과 레빈을 찬 미안함에 마음의 병이 들어 독일의 온천으로 치료 여행을 떠난 키티는, 그곳에서 휠체어에 의지해 사는 슈탈 부인 Madame Stahl과 (성녀(聖女) 같은) 그녀의 양녀(養 女) 바렌카 Varenka를 만나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건강도 회복된다. 그동안 키티에게 차인 후 곧바로 자신의 시골 영지(領地)로 내려간 레빈은, 여느 귀족들과는 다르게 농부들과 함께 땀 흘리면서 노동의 가치를 깨우치고 있었다. “그에게 커다란 기쁨을 가져다주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노동하는 시간 동안은 자기가 하는 것을 잊었다. 일이 쉬워졌다. 낫이 저절로 풀을 베었다. 그것은 행복한 순간이었다. 일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데도 일이 저절로 정확하고 정교하게 되어갔다.” 처음엔 무슨 속셈으로 노동하는 척하는지 모르겠다며 의심의 눈초리로 차갑게 바라보던 마을 농민들도, 점차 레빈의 진심을 느끼며 그를 한 명의 동료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말이죠, 모든 진보가 오직 권력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레빈은 지주들과 대화하면서, 모든 어려움은 그들이 그들 일꾼의 특징이나 습관을 알고자 하지 않은데서 온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지주들은 말했다. ‘러시아 농부는 돼지이다. 그래서 돼지 같은 처지를 좋아한다. 그들을 돼지 같은 상태에서 끌어내려면 권력이 필요한데, 그 것은 지금 (농노해방 때문에) 없고, 그렇다면 매가 필요하다.’”
여자와 놀음으로 그리고 수입이 좋은 새로운 자리를 청탁하기 위해 돈을 탕진(蕩盡)한 남편 스티바(안나 카레니나의 오빠) 탓에, 돌리(안나 카레니나의 새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집으로 내려가 정착한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후 레빈을 초대한 돌리는 키티도 초대해 그들의 만남을 주선한다. (자살 시도까지 한 브론스키처럼) 사랑이 삶의 전부라는 식의 불 같은 사랑은 못하더라도 머리와 가슴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던 레빈은, 키티를 다시 본 순간 자신이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용기를 내 또다시 청혼한다. 독일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져 온 덕에 이제 레빈의 내면을 느낄 수 있게 된 키티가 청혼을 받아들이면서 둘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진다. 무엇이 잘못이었었는지 죽는 순간까지 깨닫지 못한 안나와는 달리, 키티는 삶에 관한 많은 것을 (티격태격 부부싸움도 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하루하루 배우고 깨달으며 행복과 사랑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알코올중독자인 형 니콜라이 레빈 Nikolai Lëvin이 위독하다는 편지를 받고 짐을 꾸리는 레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키티는 기어이 동행해 니콜라이를 성심껏 돌본다. 그러나 니콜라이는 곧 세상을 떠나고 키티는 아들을 출산한다. 레빈은 형의 죽음과 태어난 아이를 보면서 삶과 죽음에 관해 고민하고, 그렇게 점점 하느님[신] 앞으로 나아간다.
“사랑하는 형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 레빈은 죽음이 두려운 것보다도 생명이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위해, 왜 사는지, 또 그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전혀 알 수 없이 살아야 하는 것이 더 두려웠다. 유기체, 그것의 파괴, 물질의 불멸, 에너지 보존 법칙, 진화 등의 용어는 유년 시절의 신앙심을 대체한 말들이었다. 지적 목적을 위해서는 대단히 좋았지만, 실제 삶을 위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 그는 처음으로 혹한(酷寒)에 노출된 기분이었다.” “은총은 인간의 판단에 따라오는 것이 아닙니다. 때때로 은총은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내리지 않고, 사울[사도 바울]처럼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내리기도 합니다.”
출간한 책이 팔리지 않은 것에 상심(傷心)한 작가인 레빈의 이복동생 세르게이 코즈니쉐프 Sergei Koznyshev가 레빈에게 가려고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브론스키를 만나 안나를 잃은 후의 심경과 전쟁에 참전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딸은 카레닌이 입양했다. 그리고 장면은 바뀌어 키티와 레빈의 집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레빈이 자기의 사상을 독백하는 것으로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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