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소문(東小門)[혜화문(惠化門)] 안의 인력거꾼 김첨지(僉知)의 아내는 달포[한 달 남짓] 전부터 아파서 누워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궁핍(窮乏)한 생활에 열흘 전부터는 한 푼 벌이도 하지 못하고 있어, 약이니 병원이니 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그의 아내는 죽음을 예견했는지, 겨울 어느 비 오는 날 김첨지에게 그날 하 루는 쉬면서 자신과 함께 있자고 애원한다. 하지만 일을 쉰다는 건 굶어야 한다는 말과 같음을 아내도 너무 잘 아는지라, 결국엔 어쩔 수 없이 일찍 들어오라고 말하면서 눈길로 김첨지를 배웅한다. 窮 다할 궁/궁할 궁, 乏 모자랄 핍
그런데 그날은 네 건이나 일이 연속으로 물리면서, 30원이라는 거금을 번 최고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당시 김첨지 내외가 살던 행랑채[대문 옆에 붙어 있는 방]의 월세가 1원이었다. 좋은 기분에 그리고 왠지 모를 불안감도 떨어버릴 겸 (선술집에서 만난 친구 치삼이와 함께) 한 잔 거나하게 걸치고서도 아내가 사흘 전부터 먹고 싶다는 설렁탕을 사 가는 건 잊지 않았지만,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불길한 적막(寂寞)이 흘렀다. 寂 고요할 적, 寞 고요할 막
싸늘하고 불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자, 방안에 들어서서 설렁탕을 구석에 놓고는 애써 호통을 친다.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 를 못해!” 그래도 대꾸가 없자 아내의 다리를 걷어차는 순간, 차디찬 감각이 온몸을 휘감는다. 아내는 이미 죽어 있었고, 세 살배기 개똥이는 죽은 어미의 젖을 빨다가 김첨지의 발길질에 어미에게서 떨어지며 울음소리도 못 내고 탈진해버렸다. 晝 낮 주
김첨지는 죽은 아내의 얼굴에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욕설을 퍼 붓는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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