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진작 알았어야 할 일 You Should Have Known(2014)

지적허영 2023.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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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 작가 진 코렐리츠 Jean H. Korelitz(1961~현재)의 작품이다.

 

결혼 18년 차의 그레이스 색스 Grace Sachs(39세)는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나 자랐고, 1년 학비가 4000만 원을 넘는 최고의 사립학교 중 하나인 (가상(假想)의) 리어든 Rearden을 다녔으며, 하버드를 졸업한 후 심리 치료사로 개업했고, 같은 대학 의대를 졸업한 종합병원 소아암 전문의인 남편 조너선 색스 Jonathan Sachs와의 사이에 역시 리어든에 재학 중이며
최고의 선생에게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열두 살짜리 아들 헨리 Henry가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워킹맘이다.

 

그레이스는 그간 자신의 상담 경험을 담은 책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진작 알았어야 할 일」의 출판을 앞두고 인터뷰로 매우 분주하다. 그 책에는 소설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린 책임지는 법을 배워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자신을 최우선에 놓고 행동할 수가 없고 다음번에도 그런 일을 막을
수 없죠. (...) 잘못된 사람을 선택하지 말아야 해요. 잘못된 사람을 선택하고 나면, 당신이 아무리 결혼 생활을 바로잡고 싶어도 소용이 없어요. 물론 그런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싫은 건, 그들의 모든 고통은 전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 인간의 변화는 가능해요. 엄청난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들은 일어나요. 다만 그런 실낱같은 교정(正) 가능성에는 온갖 노력을 퍼부으면서 예방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잘못이죠.”  바로잡을 교

 

“끌리는 남자를 만나는 첫 순간, (그 남자에 관해) 직관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직관적인 사
실들을 우리가 만든 ‘이야기’로 덮어버리고 외면하죠. (...) 남자가 이야기를 만들지 않으면, 우리가 대신 만들죠. 그러면 그 남자는 우리가 만든 이야기 속의 만들어진 주인공이 되어버리고요.”

 

“누구나 신발을 사기 전에 스무 켤레는 신어 봐요. 인테리어업자를 선택하기 전에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쓴 후기들을
읽어 보고요. 하지만 매력적인 사람을 찾았다는 이유로 아니면 그 사람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이유로, 탐지기를 끄고 본능적인 느낌을 다 내던져 버리죠. 그게 문제예요. (...) 문제는 (직관이 우리에게 보내는) 의심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거예요. 의심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온 선물이에요. 두려움과 마찬가지로. (...) 결혼을 취소하는 것보다는 결혼식을 취소하는 게 훨씬 쉽죠.”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운명이라면 (그 사람이 운명이라는 사실을) ‘그냥 알게 된다.’라고 생각들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냥 알아.’에 의존하게 되면, 그런 벼락같은 반응이 오지 않는 사람들은 즉각 내치게 돼요. 첫눈에 반하는 사랑 생각에 너무 꽂혀 있으면, 벼락을 동반하지 않는 정말로 좋은 수많은 사람을 놓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그레이스마저 “조너선을 본 순간, 그와 결혼해서 남은 평생 사랑하리라는 걸 절대적으로 "그냥” 알았다. 

 

“관심 있는 사람을 볼 때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 사람이 당신에게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거예요. (...) 그 사람이 자기 생각에 관해서나 다른 사람에 관해 말할 때 취하는 행동이나 어조를 통해 이미 태도가 전달되기 때문에, 듣는 것이 더 중요하죠. (...) 여자들은 (터널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는 현상인) 터널 시야 tunnel vision가 될 때가 있는데, 신체적으로 매력을 느낀 남자를 볼 때 심해요. 서로 이끌리는 화학 반응이 강하면 다른 감각 기능이 그로 인해 사라져 버리죠.” 

 

“(우리는) 그 남자를 만났을때, 그 남자와 데이트를 했을 때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몰랐다면 알았어야 했고요. 주의를 기울이기만하면,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 두기만 하면, 처음부터 그 사람의 본심과 본성 등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어느 날 리어든의 학부모 운영위원회 회원이자 육감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던 스페인계 여성 말라가 알베스 Malaga Alves(35세)가, 임신 중인 채로 자신의 아파트에서 살해당한 채 그녀의 4학년 아들 미겔 Miegel에 의해 발견된다. 그녀에게는 (놀랍게도 그레이스의 아들 헨리와 신체적 특징이 매우 많이 닮은) 젖먹이 딸까지 있었다. 처음엔 말라가의 남편(42세)이 의심받았지만, 곧 강력한 용의자가 등장하는데 바로 그레이스의 남편 조너선이었다.

 

그때까지 그레이스에게 조너선은 “굉장히 다른 부류였다. 여리고 인간적이고 헌신적이었으며 (...) 모든 사람의 이름을 외우고, 그 사람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이벤트를 잘 알고 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레이스가 18년간 함께 생활해왔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조너선은 이 세상에 없었다.

 

학회에 간다며 떠난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간 남편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때는 초겨울이었는데) 조너선은 이미 2월에 해고당했다는 말을 듣는다. 2007~2012년까지 병원 간호사와 의사 그리고 심지어는 환자 가족들과의 여러 부적절한 관계 및 뇌물 수수 등이 해고 사유였다. 말라가 역시 미겔이 그 병원에 입원하면서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곤 그해 5월, 미겔의 등록금을 내주기 위해 그리고 이후 자신의 도피 자금을 위해 그레이스 몰래 장인을 찾아가 형편이 어려워졌음에도 그레이스가 직접 손 벌리기 미안해해서 자기가 왔다며 1억 원 이상을 받아내기도 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너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부탁해서 가만히 있었다. (...) 너는 절대 도와 달라고 찾아올 아이가 아니잖니.” 게다가 결혼 예물부터 그레이스가 중학교 때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까지 깡그리 훔쳐 갔다. 병원 상사가 들려준 이야기는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조너선은 사람마다 다른 행동을 보여주는 정도가 아니라 같이 있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아예 다른 사람이 되곤 했습니다. 동료에게는 자신의 환자 진료를 부탁하며 어떻게든 요리조리 빠져나갔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동료의 환자는 대신 봐주지 않았고요. (...) 그는 (자)극적인데 환장하는 사람이었죠. 자기의 감정들만 중요했을 뿐 공동의 목표에는 절대 참여하지지않았습니다. 이용 가치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았고요.”

 

《뉴욕》 지(誌) ‘최고의 의사’로 선정된 것 역시 잡지사의 고위직 여성이 조너선이 담당한 환자의 숙모였고, 그 둘의 관계가 선을 넘었기 때문이었다.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을 피할 길은 없다. 맞서서 나아가야만 그 감정들의 반대편에 닿을 수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 약물 중독자이자 초대장을 보냈어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 시부모, 대학도 못 가고 결혼도 못 한 채 부모 집에 얹혀사는 남동생에 관한 이야기들 역시 그레이스가 우연히 찾아간 시댁에서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시부모는 조너선이 은밀히 전화해서 결혼식에 못 오게 막았던 것이고, 시동생 미첼 Mitchell은 초등학교 교장이었으며 그의 아내는 물리 치료사였다. 조너선은 15세 때 부모의 부재(不在)중 독감에 시달리던 네 살짜리 막내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고, 대학 재학 때는 “훨씬 연상인 여자와 동거하면서” 그녀에게 등록금을 받아 썼으며, 그레이스를 만나면서부터는 그레이스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비타 Vita와의 사이를 이간질했다.

 

말라가의 남편은 젖먹이 딸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면서 미겔만 콜롬비아로 데려갔고, 다행히 조너선의 동생 미첼 부부가 말라가의 딸아이를 입양했다.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헨리와 시골 별장으로 이사해서 살던 어느 날, 조너선으로부터 편지 한 장이 도착한다.

 

“내가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어. 마치 뭔가 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자제력을 잃어버린 거야. 난 그냥 맞장구를 쳤을 뿐이야.내가 시작하지는 않았어. 처음에 여자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에 이런저런 일들을 모두 처리해 줬는데, 그토록 애쓴 내 노력에 고마워하기는커녕 또 임신했다는 거야. 우리 가정을 무너뜨리기를 원했던 거지. 난 도저히 그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어. 필사적으로 당신을 보호하려고 했어. (...) 내가 싸워 보지도 않고 두 사람을 버리고 떠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야. 내가 (당신 외에는) 다른 사람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걸 알아줘.”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의 뉘우침도 없이 변명뿐이었다. 그레이스는 경찰에 신고했고, 조너선은 브라질 아마존강 상류 지역 마나우스 Manaus에서 체포되었는데, 편지는 미국 동북부 노스다코타주에서 부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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