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털리 부인의 연인: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적허영 2023.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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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연인」(1913)과 함께 영국 작가 데이비드 로렌스 David H. Lawrence(1885~1930)의 대표작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제대를 6개월가량 앞두고 휴가 나온 (잘생기고 건장한) 탄광 소유주이자 상류층 귀족 클리퍼드 채털리 Clifford Chatterley와 결혼하면서,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자란) 스물셋의 중류층 아가씨 콘스탄스 리드 Constance Reid 일명 코니 Connie는 행복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불행 히도 클리퍼드는 하반신 불구가 되어 제대한다. 그 후 다행히도 클리퍼드는 작가로 성공하면서, 그의 집 래그비[라그비] 저택 Wragby Hall에는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클리퍼드는 손님들 앞에서는 코니를 살뜰히 챙기는 척하면서도 손님들이 없을 땐 (신분이 다르다며) 그녀를 무시했고, 플라토닉 러브 [정신적인 사랑] Platonic Love만이 고귀할 뿐 육체적인 사랑은 천박한 것이라고 세뇌하곤 했다. 하반신 불구인 클리퍼드의 입장에선 당연히 육체를 혐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작품과 탄광에만 집중한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병수발에 그리고 알 수 없는 우울증과 불안감에 지쳐만 가던 코니는, 남편의 친구인 극작가 마이클리스 Michaelis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와 관계를 갖는다. 하지만 자신의 육체만을 원했던 마이클리스에게 상처만 받게 된다. 남편의 간병인으로 볼튼 부인 Mrs. Bolton을 고용하면서 조금 여유가 생긴 코니는, 어느 날 남편 소유의 사냥터를 관리하던 올리버 맬러스[맬러즈] Oliver Mellors 의 숲속 오두막에 가게된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달아난 후 세상을 등지고 4년째 숲속에서 생활해오던 맬러스는, 처음엔 자신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코니에게 신분의 차이를 각인(刻印)시키면서 차갑게 대한다. 그러나 코니는 그런 맬러스와의 몇 마디 대화 속에서나마, 자신처럼 맬러스 역시 돈과 허례허식(虛禮虛) 속에 사는 귀족들의 삶을 혐오한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느낀요.  꾸밀 식

 

“여러분[광부들] 자신의 모습을 보세요! 돈만을 위해 일하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 여러분의 여자들을 보세요! 그들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 자신에게도 관심이 없고요.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돈을 위해 일하고 돈에만 신경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그녀들과) 이야기도 나주지 못하고 (함께) 돌아 다니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며 (그래서) 그녀들과 잘 지내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살아있지 않습니다!”

 

우연한 만남이 몇 번 쌓이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육체적인 관계를 갖게 되고, 밀회(密會)가 거듭될수록 두 사람의 사랑도 깊어가면서 코니는 성적(性的)인 만족에 눈을 떠간다.

 

“시인을 비롯해 모든 사람은 그 얼마나 거짓말쟁이들이었던가! 그들은 우리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부드러운 감정이라고 착각하게 했다. 우리가 진정 최고로 원하는 것은 바로 모든 걸 불살라 없애버리며 좀 끔찍하기까지 한 관능(官能)인 데도 말이다. (…) 안타깝게도, 섬세하고 관능적인 남자는 정말 드물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남자들 대부분은 너무나 겉치레뿐이고 왠지 모르게 수치스러운 존재였다. 클리퍼드나 마이클리스처럼 말이다. (…) 정신의 지고한 즐거움이라고? 그게 여자한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사실, 그걸 뇌까리는 남자 본인에게조차 그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 자신마저도 정신에 있어서, 그저 엉망진창에다 겉치레뿐인 존재가 되고 마는데, 정신을 순화하고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조차도 바로 순전한 관능은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덜커덕 맬러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코니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고, 그 사이 맬러스도 달아난 아내에게 이혼을 요청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맬러스의 아내는 맬러스를 찾아와 오두막을 샅샅이 뒤진 끝에 코니와의 불륜 흔적을 발견하고는 클리퍼드의 집으로 가서 그 둘의 불륜을 폭로한다.

 

신분이 천한 남자와 아내의 불륜을 용납할 수 없던 클리퍼드는 맬러스를 해고하고, 맬러스는 런던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맬러스는 이탈리아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런던에 들른 코니를 역시 우연히 만나낟. 하지만 이미 코니는 전혀 다른 사람, 당당한 여성이 되어 있었다. 런던에서 코니는 (가상(假想)의 인물인) 던컨 Duncan이라는 사람의 아이를 임신했으니 이혼해 달라고 클리퍼드에게 편지를 쓴다. 일단 와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자는 클리퍼드의 강요에 래그비 저택으로 내려간 코니는, 사실대로 말한다. 아이의 아버지가 맬러스라고. 분노에 찬 클리퍼드는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이혼을 거부했지만, 코니는 아랑곳없이 집을 나간다. 한편 맬러스도 이혼 과정에 문제가 생겨 당장 코니와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 둘이 떨어져 있는 채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작가는 그 둘이 곧 함께 살게 되리라는 암시를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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