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1913~1960의 사후(死後)에 발표된 미완성 작품이자 자전적 작품이다. 등장인물의 이름만 제외한다면, 부모의 국적⋅아버지가 사망한 년도⋅동네⋅가족 구성원의 수⋅어머니와 주인공 자크의 상태 등 모든 것이 카뮈의 어린 시절과 일치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허공(虛空) 속에 서 있는 최초의 인간이다. 그들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한 차원 더 넓혀서 (…) 필연적인 죽음에 의해 삶의 의미가 무화(無化)되게 마련이고 보면, 모든 인간은 스스로 그리고 혼자서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타인에게 눈을 뜨며 다시 태어나야 하는 최초의 인간이다.”
프랑스계 알제리 이민자였던 앙리 코르므리 Henri Cormery는 출산이 임박한 청각 장애를 지닌 스페인계 아내 카트린 Catherine과 함께 비바람 치던 1913년 어느 날, 알제리의 몽도비 Mondovi에 도착한다. 그러곤 이듬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징집된 앙리는 마른 전투 Battle of Marne에서 치명상을 입어 사망한다. 그때 앙리의 나이는 29세였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아버지의 묘소를 처음 찾은 40세의 자크 코르므리 Jacques Cormery는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슬픔이 아니라 그저 ‘(지금의)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죽은 아버지’라는, 억울하게 죽은 청년 앞에서 어른이 느끼는 연민(憐愍)의 감정을 느낄 뿐이다.
1살 때 헤어져 아버지에 관 얼굴도 기억도 어떤 감정도 전혀 없지만, 그래도 그 기회에 아버지의 과거를 더듬어 복원시키고자 한다. 그와 동시에 자잘하게 늘어진 채 전개되는 자신의 어린 시절도 함께 회상한다. 어느 누구의 기억 속에도 아버지는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기억은 부자들의 기억만큼 풍요롭지 못하다. 자기들이 사는 곳에서 떠나는 적이 거의 없으니 공간적으로 가늠할 만한 표적이 더 작고, 그게 그것인 단조로운 생활을 하니 시간적으로 가늠할 만한 표적도 더 적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확실한 것은 마음의 기억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마음은 고통과 노동에 부대껴 닳아 버리고, 피곤의 무게에 짓눌려 (모든 것을) 더 빨리 잊는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것은 오직 부자들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은 그저 죽음이 지나간 길의 희미한 자취를 표시할 뿐이다. 그리고 잘 견디려면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면 안 된다. 매일매일 현재의 시간에 바싹 붙어서 지내야 한다.”
자크가 찾은 진실은 아버지의 죽음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생한 (삶의 의미를 찾을 기회조차 없는 절망적인 상황인) 부조리(不條理)한 죽음 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을 비롯해 물려받은 것 없이 혼자 세상과 마주하며 삶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 모두가 ‘최초의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오랜 세월의 어둠을 뚫고 걸어가는 그 망각의 땅에서는 저 마다가 다 최초의 인간이었다. (…) 아무도 그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고, 그는 혼자서 배우고 혼자서 있는 힘을 다해 잠재적 능력만을 지닌 채 자라고, 혼자서 자신의 윤리와 진실을 발견해 내고, 마침내 인간으로 태어난 후 이번에는 더욱 어려운 탄생이라고 할 타인들과 여자들과의 관계에 또 새로이 눈뜨지 않으면 안 되었다.”
소설은 자크의 길고 긴 유년 시절 이야기를 거쳐 중고등학교 시절에서 끝이 난다. 카뮈가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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