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피그말리온 Pygmalion(1913) 조지 버나드 쇼

지적허영 2023.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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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초인」(1903)으로 192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 작가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1856~1950)의 작품이다.

 

비 오는 어느 날, 음성학 교수 professor of phonetics 헨리 히긴스 Henry Higgins는 친구이자 인도 방언(方言)을 연구하는 피커링 대령 Colonel Pickering을 조만간 만나려고 하던 차에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치고는 반가움에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대화 도중 히긴스가 적절하고 풍부한 어휘의 사용과 화법(話法)의 개선만으로도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자, 피커링은 그건 불가능 하다고 반박한다.

 

“피커링, 중요한 건 작은 것들이야. 잔돈을 아끼면 큰돈은 저절로 아껴진다는 말은, 돈 뿐만 아니라 개인의 습관에도 해당하거든. (...) 버릇, 그게 결국 차이를 만들지.” 

 

그때 거리에서 꽃을 팔고 있던 가난한 아가씨 엘리자 둘리틀 Eliza Doolittle은 이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고, 그들을
뒤따라가 히긴스의 집을 확인한 엘리자는 다음 날 히긴스를 찾아가 부탁한다. 그녀의 목표는 단 하나, 평생의 꿈인 꽃가게를 잘 운영할 수 있을 만큼의 품위 있는 말하기였다. 

 

처음엔 무슨 헛소리냐며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히긴스였지만, 피커링이 그를 자극하면서 결국엔 승낙하게 된다. 피커링의 자극은, 만약 6개월 후 사교계에 진출한 엘리자를 사람들이 귀족 부인으로 생각할 정도가 된다면, 그간의 모든 비용을 자신이 대겠다는 거였다. 이렇게 해서 엘리자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기품 있는 여인으로 만들기 위한 히긴스의 6개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것이 걱정되었던 히긴스의 어머니가 조언을 한다. “너희들[히긴스와 피커링]은 살아있는 인형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들 같구나. (...) 숙녀로 살 돈은 주지 않으면서, 혼자 자립해서 먹고사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그런 몸가짐과 습관들을 가르치다니! (...) 그 후에 그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거다.”

 

난방시설이란 걸 모르고 살아서 목욕도 해 보지 않았던 엘리자가 목욕을 두려워하는 장면부터 교육이 시작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엘리자는 히긴스와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만, 히긴스에게 그녀는 실험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드디어 결전(決戰)의 날이 왔고, 결과는 사교계 인사들이 엘리자를 귀부인 또는 나아가 다른 나라 공주로까지 생각했다. 대성공이었죠. 물론 이 장면은 작가가 사교계 귀족들의 교양이라는 게 얼마나 형편없고 깊이가 없는지를 풍자한 것이다. 

 

사실 그건 전적으로 외형적인 모습일 뿐 언어의 개선을 통해 내면과 사고방식까지 바꿀 수는 없었다. 그 결과 엘리자는 원래의 가난하고 천박한 상태도 그렇다고 상류층도 아닌 ‘경계 위에 서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히긴스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엘리자는 더는 피그말리온만의 갈라테아[갈라테이아] Galatea or Galathea가 아닌(아래 표 참조)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여성이 되려는 생각에, 그간 자신에게 끊임없이 구애(求愛)하던 무능하고 몰락한 허영심 많은 귀족 프레디 Freddy와 결혼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조각가이다. 나그네들을 박대한 키프로스의 여인들은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나그네들에게 몸을 팔게 되었다. 피그말리온은 여인들이 이렇게 천박해진 것을 탄식하며 독신으로 살았다. 대신 그는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하여 그 조각상과 언제나 함께 생활했다. 그는 이 조각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마치 자신의 진짜 연인인듯 여겼다. 옷도 갈아입히고 몰래 입맞춤도 하면서 혼자 탄식하곤 했다.
그러던 중 아름다움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축제날이 다가왔다. 축제에 참가한 피그말리온은 자기 몫의 제물을 바치면서 집에 있는 조각상이 진짜 여자로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이후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프로디테가 보낸 에로스가 조각상의 손에 입을 맞추었고 조각상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였다. 이때 갈라테이아의 손에 반지가 하나 생겨났는데, 이는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토록 지속될 것임을 나타내는 에로스의 반지였다. 아프로디테가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하여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피그말리온은 베누스 여신의 축복 아래 갈라테이아와 결혼했다. 이들 사이에는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 아들을 자신의 고향 이름을 따서 "파포스"라고 지었다.
소스: 위키디피아

 

 

“피커링 대령님에게는 자연스러운 거라서 알아차리지 못하시겠지만, 제가 처음 온 날 저를 ‘둘리틀 양’이라고 불러신 게 제게는 자기 존중의 시작이었어요. (...) 누구든지 배울 수 있는 거 말고, 정말로 숙녀[귀부인]와 꽃 파는 소녀의 차이는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접받느냐에 달려 있죠. 저는 히긴스 교수님에겐 항상 꽃 파는 소녀일 거예요. 그분은 저를 항상 꽃 파는 소녀로 대하고 앞으로도 그러실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대령님에겐 숙녀[귀부인]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대령님은 저를 언제나 숙녀로 대해 주셨고 앞으로도 그러실 테니까요.”

 

원래 희곡은, 현실은 여전히 개차반임에도 직업을 가질 생각은 조금도 없이 돈 많은 상속녀 한 명 잡아 인생을 펴보려고 파티마다 참석해서 허세를 떠는 프레디와 결혼하겠다는 엘리자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히긴스가 비웃는 장면으로 끝난다.

 

하지만 대중들의 빗발치는 요청에 못 이겨 그 후의 이야기가 보태졌다. (히긴스에게 배운) 음성학으로 과외를 하면서 자기가 먹여 살리면 된다는 엘리자의 말에, 히긴스는 그리고 피커링까지 가세해서 향후 10년 동안 배운 걸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프레디와 함께 원래 자신의 꿈인 꽃집을 운영하겠다며, 끝내 엘리자는 프레디와 결혼한다. 잘 될 턱이 없었지만 몇 번에 걸친 피커링의 경제적 지원 덕분에 간신히 적자를 면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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