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행복'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짜릿한 성취의 순간을 떠올릴 겁니다. 꿈에 그리던 회사에 합격했을 때, 주식 투자로 큰 수익을 냈을 때, 혹은 가슴 뛰는 사랑을 시작했을 때처럼 머릿속에서 도파민이 폭죽처럼 터지는 그런 순간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토록 바라던 행복은 신기루처럼 짧고, 우리의 긴 인생은 다시금 밋밋한 일상으로 채워집니다.
왜일까요? 오늘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행복의 공식을 뒤집어서, 조금은 낯설지만 훨씬 더 깊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행복의 재 발견
도파민의 배신: 우리의 행복은 왜 이리 짧을까?
법상 스님은 "행복이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의 깊은 뜻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을 살펴봐야 하는데 예를 들어 간절히 원하던 일류대에 합격한 학생을 상상해 봅시다. 합격 통지서를 확인한 그 순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행복감이 1년 뒤에도 똑같이 유지될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한두 달만 지나도 '일류대생'이라는 사실은 당연한 일상이 되면서 행복감은 희미해지는데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유전자는 생존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원시시대에 사냥에 성공했다고 마냥 기뻐하며 안주하던 조상은 위험에 노출되기 쉬웠을 반면, 성공의 기쁨은 빨리 잊고 다음 사냥감을 찾아 불안해하고 대비하던 조상이 살아남아 우리의 유전자를 물려주었죠.
즉, 우리는 오랜 기간 유전적으로 좋은 일에는 빨리 익숙해지고, 다가올지 모를 위협에 대해서는 늘 불안을 느끼도록 설계된 존재인 셈입니다. 즉 짜릿한 행복감이 오래가지 않는 것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장치였던 것입니다.
행복 추구 vs 고통 회피: 무엇이 더 현명한 선택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삶의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더 큰 행복을 좇아야 할까요, 아니면 다가올 고통을 피하는 데 집중해야 할까요?
저는 고통을 피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행복은 금방 익숙해지는 '적응'의 대상이지만, 고통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어떤 고통은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를 더 깊은 수렁으로 끌고 가기도 하죠.
예를 들어, 월급이 10% 올랐을 때의 기쁨은 몇 달이면 사라지지만, 월급이 10% 깎였을 때의 고통은 생활 내내 우리를 괴롭힙니다.
멋진 신상 옷을 샀을 때의 만족감은 짧지만, 만성적인 치통이나 허리 통증이 주는 괴로움은 끝이 없죠.
이처럼 행복의 영향력보다 고통의 영향력이 훨씬 더 길고 강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투자시에도 어쩌면 '수익을 극대화하는 법'이 아니라 '손실의 고통을 피하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복점'의 함정: 우리는 모두 중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도파민이 터지는 강렬한 행복만을 추구하는 삶은 또 다른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바로 '지복점(bliss point)'이 계속해서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경제학 용어인 지복점은 만족감이 최대치에 이른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한 번 강한 자극으로 지복점을 경험하고 나면, 다음번에는 그보다 더 강한 자극이 와야만 비슷한 수준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마치 마약 중독과 같아 처음에는 소량의 마약으로도 극도의 쾌감을 느끼지만, 몸이 내성이 생기면 점점 더 많은 양의 마약을 투여해야만 이전과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결국에는 쾌락 때문이 아니라, 마약을 하지 않을 때의 끔찍한 고통을 피하기 위해 마약을 찾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죠.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런 '지복점 상승'을 부추기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더 비싼 명품, 더 자극적인 콘텐츠, 더 높은 수익률의 투자. 이런 것들을 좇다 보면 우리는 결국 만족을 모르는 '행복 중독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아무 일 없는' 하루의 재발견, 그리고 우리 자신을 속이는 법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행복이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곤 합니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아프지 않은 몸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알고, 실직하고 나서야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던 날들이 얼마나 안정적이었는지 알게 되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지루함으로 치부할 뿐,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우리에게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아무 일 없는 평온한 상태가 진짜 행복'이라고 우리 자신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세뇌하고, 심지어 속이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의 한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생각을 바꾸는 연습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이죠.
'나 자신을 속인다'는 표현이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이는 '관점의 전환'을 위한 가장 강력한 인지 훈련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도 지겨운 하루가 시작됐네'라고 생각하는 대신, '오늘도 통증 없이 눈을 뜰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길어 올리는 기술입니다.
✨ 행복을 위해 기억해야 할 핵심 포인트
- 도파민의 유효기간: 승진, 합격, 당첨 등 짜릿한 쾌감을 주는 행복은 일시적이며, 우리 뇌는 금방 익숙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마세요.
- 고통 회피의 지혜: 행복은 금방 잊히지만 고통은 오래갑니다. 더 큰 행복을 좇기보다 삶의 고통과 문제를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인 행복 전략일 수 있습니다.
- 지복점의 함정 경계: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행복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는 만족을 모르는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 평범함의 재정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상태'가 바로 진짜 행복임을 스스로에게 꾸준히 각인시키는 '관점의 전환' 연습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도 오늘부터 한번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출근길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의 향기, 퇴근 후 나를 반겨주는 가족의 얼굴, 잠들기 전 아프지 않은 몸의 평온함 속에서 진짜 '행복'을 발견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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