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데이만 by 헤르만 헤세

지적허영 202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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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헤세 스스로가 밝혔듯이 세 가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1st 배경 지식은 항상 성장과 완전함을 추구하는 우리 정신 psyche의 목표는 전체로서의 인격과 자아 self를 지향하는 것이고, 그런 정신의 발전은 일직선이 아니라 나선형의 과정이라는 스위스 분석심리 학자 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1875~1961)의 개성화 individuation 이다

 

2nd 배경 지식은 융이 지적한 영혼의 두 측면아니마 anima와 아니무스 animus라는 원형 (原型) archetype 이론이다

꿈을 통해 여성성인 ‘생명’ 을 의미하는 아니마는 남성의 정신 속에서 그리고 남성성인 ‘이성 (理性)’을 의미하는 아니무스는 여성의 정신 속에서 각각 여성과 남성의 이미지로 등장하는데, 구체적인 이미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여성 또는 남성에 관한 생각에 따라 천차만별이고요. 이것은 남성과 여성이 자신의 성(性)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일종의 치유과정이며,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실제의 여성이나 남성에게 투사(投射)될 때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융은 말한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자신의 1) 누이 2) 하녀 3)스스로 창조한 가상의 인물로 이탈리아 작가 단테 Dante Alighieri(1265~1321)의 실제 연인 이었던 베아트리체 Beatrice 4) 최종적으로는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를 동경하는 것 모두 싱클레어 내면에서의 아니마의 성장과 변화를 의미한다.

 

3rd 배경 지식은 싱클레어가 진정한 개성화를 이뤄낸 모습의 원형(原型)으로 헤세는, 선과 악을 포함한 (남성성과 여성성이 통합된) 완전한 모습이며 동시에 대체로 알을 깨고 나오는 새의 이미지로 상징되는 영지주의[그노시즘] Gnosticism에서 숭배하는 여신 아브락사스 Abraxas를 제시한다

 

작품의 시작부터 선과 악의 대립을 전제한 후, 그런 이분법을 통일하고 초월하면서 하나의 완전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알을 깨고 나오는 아브락사스로 상징화한다.

 

헤르만 헤세는 서두(序頭)에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의 소중한 시도의 결과물이자 일회적이며 그래서 특별한 존재자들이기에, 익숙하고 편안한 기존의 방식과 규범들을 답습(踏襲)하며 거기에 안주하지 말고 그것을 깨기 위해 그리고 유일무이한 존재인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매일 매일 투쟁해야 한다.

 

목사의 아들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에밀 싱클레어 Emil Sinclair는 어릴 적, 세 살 많은 골목대장 프란츠 크로머 Franz Kromer에게 옆집의 물건을 훔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또래집 단에 끼어 어울리고 싶어했다.

원래 그 나이 땐 착한 일보다 나쁜 일에 대한 무용담(武勇談)이 자신을 과시하면서 또래들로부터 권위를 얻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거짓말이 약점이 되어 그날 이후 크로머의 괴롭힘과 옳지 않은 심부름에 괴로워하던 싱클레어는 우연히 전학생 막스 데미안 Max Demian의 도움으로 더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되지만, 또래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남다른 카리스마가 있던 데미안이 어려워 선뜻 다가가지도 못한다.

 

토론 시간에 카인은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고 아벨은 그런 카인을 두려워하는 겁쟁이였다는 완전히 새로운 주장을 (그러나 기독교의 관점에선 이단(異端)의 주장을) 또박또박 펴기도 할 정도로 데미안은 또래의 아이들과는 달랐다. 하루는 싱클레어가 데미안에게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지 묻자 데미안이 대답한다.

“정신을 집중하면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어. (…) 똑바로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는 거야. 그러면 사람들은 불안해져서 못 견디거든.” 이것이 마음속에 거짓이 없는 사람의 당당함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점차 데미안에게 빠져 지내는 게 불안했던 싱클레어의 부모는 싱클레어를 전학시킨다.

 

시간은 흘러 사회적 규범과 그것을 위반하고자 하는 욕망, 불안한 미래 그리고 이성(異性)에 눈을 뜨면서 질풍노도의 시기에 들어선 싱클레어는 학교 기숙사 선배 알폰스 베크 Alfons Beck를 통해 술과 여자에 빠져 세월을 낭비한다. 그러다가 다시 우연히 만난 데미안의 충고로 정신을 차리게 되면서부터, 매일 밤 꿈에 (언젠가 길거리에서 단 한 번 봤던) 여성과 이상한 새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누군지 알 수 없어 ‘베아트리체’라고 이름을 붙인 그녀의 가물가물한 얼굴을 떠올려 그릴 때마다, 그 모습은 정확히는 여성이면서 남성인, 데미안을 닮았지만 닮지 않은 그 누구였다. 데미안에게 꿈속 새의 모습을 그려 보내자 아브락사스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답장이 도착하고, 이때부터 싱클레어는 자신 속에는 아브락사스가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새는 알에서 깨어나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곧 세계요, 새로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새는 신을 향해 날개를 펼친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 대학 진학을 결정할 때가 다가오자, 뭐가 되어야겠다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싱클레어는 그저 ‘진정한 자기 자신’ 찾기만을 원할 뿐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은 없었다. 어느 날 오르간 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낯선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던 피스토리우스 Pistorius를 알게 된 후, 매일같이 그를 찾아가 아브락사스를 비롯해 여러 가지에 관해 묻고 대화하면서 궁금증을 해결해간다.

 

하지만 삶 속에서의 실천이 없어 보이는 그의 말이 지루하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진 싱클레어는 자신과 삶에 관해 알고 싶어 철학과를 선택한다. 그리고 멘토의 필요성이 절실해질 때쯤, 운명처럼 길에서 또다시 데미안을 만난다.

 

처음 초대받아 간 데미안의 집에서 싱클레어는 꿈속의 여인이자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완벽한 여인인 베아트리체를 보게 된다. 바로 데미안의 어머니 프라우 에바 Frau Eva였죠.

 

정신분석학의 창시 자인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1856~1939)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봐도 무방(無妨)하다. 사람의 내면을 볼 줄 아는 (그리고 애인이자 어머니의 모습을 모두 가진) 에바 부인과 데미안과의 대화를 통해 싱클레어는 부쩍 성장한다.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을 ‘찾게’ 되지만, 대부분 사람은 사랑으로 결국 자신을 ‘잃어’ 버린단다.”

 

어느 날 점차 전쟁의 그림자가 엄습(掩襲)한다며 중위 계급장을 단 데미안이 싱클레어를 찾아온다. 얼마 후 정말로 전쟁이 발발(勃發)해 싱클레어도 참전했지만, 자신을 찾는 일에 골몰하던 그의 머리는 온전 히 전쟁에 집중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끝내 부상을 당한다. 야전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순간, 싱클레어의 눈앞에는 데미안이 서 있었다.

 

“이제는 네가 나를 불러도 난 올 수 없어. 내가 필요한 때가 오면 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고요. 이 말은 부처가 제자들에게 남긴 유언과 거의 똑같은 말이다. 그 후 더는 데미안도 에바 부인도 만날 수 없었지만, 싱클레어는 자신이 어느새 알을 깨고 나와 비상(飛上)하는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있음을 느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2023.01.13 - [문학] -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 by J. 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 by J. D. 샐린저

아래 내용은 해우비책 님의 글을 공부 목적으로 다시 정리하는 글 입니다. * 홀든 콜필드: 주인공 >> 세상에 불만 많은 17세 (정신병원 입원) * D.B.: 홀든의 형 * 스펜서: 홀든이 다니던 학교의 역사

ryooster.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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